오는 15일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가동과 관련된 법원의 판결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관계가 얽힌 지자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SRF시설 모습 / 광주=최정호 기자
오는 15일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가동과 관련된 법원의 판결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관계가 얽힌 지자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SRF시설 모습 / 광주=최정호 기자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오는 15일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가동과 관련된 법원의 판결이 예정된 가운데, 이해관계자 중 한 곳인 광주광역시(이하 광주시)의 행보를 두고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나주시를 상대로 한 소송에 ‘호소문’을 제출하며 “손실이 커지고 있으니 나주SRF발전소가 가동될 수 있도록 빠른 판결을 내려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광주시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각이 적지 않다. 나주시로부터 이미 “광주SRF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수령하고도 무리하게 SFR시설 건립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와서다.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 책임을 다른 곳에 떠넘기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다. 법원의 판결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를 둘러싼 광주시의 졸속행정과 무리한 사업추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연료 반입 불허”… 광주시, 알고도 사업 강행 ‘왜’

최근 광주시는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가동을 촉구하는 취지의 호소문을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2019년 12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나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개시신고수리거부처분취소’ 소송과 관련, ‘(나주SRF열병합발전소가 가동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판결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해당 소송은 나주시장이 고의로 나주SRF열병합발전소의 사업 개시 신고 수리를 하지 않는다며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나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광주시가 재판부에 호소문을 제출한 이유는 ‘광주SRF시설’ 때문이다. 광주시는 지역 내에서 배출된 생활쓰레기를 이용해 1일 450톤의 고형연료(SFR)를 만들어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운영하는 나주SRF열병합발전소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나주SRF열병합발전소가 장기간 가동을 멈추면서 광주SRF처리시설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광주시는 호소문을 통해 “광주SRF 연료를 사용하여 시운전을 실시한 결과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나주시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광주SRF 반입을 반대하면서 인허가를 지연시키고 지역간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주시는 △환경오염을 우려한 시민들의 반대와 △광주시 SRF 반입 문제 등을 이유로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특히 광주SRF 반입 문제는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인허가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시 쓰레기는 광주가 처리하라”는 게 나주시 입장이다. 특히 나주시는 “이미 공문을 통해 광주SRF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광주시는 나주시로부터 “광주SRF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나주시는 2013년 10월 15일 “광주시에서 생산된 SRF는 우리 시와 사전 협약·협의가 없는 사항으로 반입할 수 없음”이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광주시에 발송했다.

당시 ‘SRF시설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던 광주시는 수요처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인지하고도, 다음달인 11월 8일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운영사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참여한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최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조달청에서 평가한 사안”이라며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의 입찰서류는 문제될 게 없었다. 만일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나주SRF열병합발전소로 SRF를 받을 수 없다는 공문을 수신하고 숨겼다면 문제가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결격 사유가 못 된다”고 해명했다. 나주시로부터 광주SRF를 반입 거부 의사를 확인하긴 했지만,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제출한 수요처 공문에는 전혀 그런 내용이 없었다는 의미다.

◇ 불명확한 의사표시로 혼선 부른 나주시

실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전남도와 나주시로부터 받은 공문에는 “광주SRF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그러나, 전남과 나주시가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보낸 공문을 꼼꼼히 살펴보면 “광주에서 생산된 SRF를 조달 받는데 동의한다”는 내용 또한 확인하기 어렵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공문을 통해 “귀 공사에서 추진 중인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생활폐기물고형연료를 활용한 집단에너지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할 예정이오니, 상기의 업무협력합의서 내용을 이행 및 준수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동 사업이 정상적으로 설치·운영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적었다.

전남도와 나주시가 공문을 통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업무협력합의서를 준수하여’라는 대목이다. 이들이 말하는 ‘업무협력합의서란, 2009년 3월 27일 환경부와 전남도, 목포시·순천시·나주시·구례군·화순군·신안군 및 한국지역난방공사가 폐기물에너지화사업(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과 폐기물고형연료 전용 발전소의 설치와 운영)과 관련해 협력할 것을 합의한 내용의 문서를 말한다. 정확한 명칭은 <광주·전남공동혁신신도시 자원순환형 에너지도시 조성을 위한 폐기물에너지화사업 업무협력 합의서>다. 당시 업무협력합의서에 광주시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전남도와 나주시는 “광주로부터 SRF를 받아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연료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의해달라”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요청에 “2009년 맺은 업무협력합의서 대로 하겠다”는 답변으로 우회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한 셈이다. 나주시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광주SRF 반입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실제 나주시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업무협약에 준하여 처리한다는 게 광주시의 SRF를 받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공문 중 “상기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어 완료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광주SRF 반입 동의”의 의미로 해석했고, 이 공문을 광주SRF시설 민간투자 공모에 ‘수요처 확보’ 입증자료로 제출했다.

◇ 조달청 심사위원 1명만 “수요처 불확실” 지적

조달청 심사에서도 13명의 심사위원 중 1명만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의 수요처 문제를 지적했다.

기자가 조달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광주광역시 가연성폐기물 연료화 사업 조달청 설계자문위원회 제안서 평가서>에 따르면 당시 입찰(공모)에는 태영건설 컨소시엄과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은 수요처 부문 평가에서 1.64점 앞섰다. 총 평가 점수차가 0.13점이기 때문에 수요처 평가가 당락을 갈랐다고 볼 수 있다.

평가서에 따르면 태영건설 컨소시엄은 내포·곡성은 총 5개 지역이 수요처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포스코건설은 한국지역난방공사(나주SRF열병합발전소)만 수요처로 제시했다.

심사위원들은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에 ‘기업신용도 AAA를 받은 공기업’이 참여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자체 동의 공문’을 제출했으니 수요처 확보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단 한 명의 심사위원만 공문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시사위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심사위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제출한 지자체 공문 내용을 지적하며 “수요 지역 지자체 및 주민동의서 중 전남 및 나주의 경우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관련된 사항을 준수하는 내용과, 나주·순천·목포에서 생산된 연료를 나주SRF열병합발전시설로 무상으로 반입하는 내용으로 보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태영건설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SRF 사용에 관하여 해당 지자체 주민 의견을 반영한 기존시설 및 신규시설의 정부 및 지자체 발행 인허가를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A심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시 심사위원들은 ‘공문이 있는지 여부’만 평가했다”면서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에서 제시한, ‘수요처 계획’이라고 첨부한 공문에는 지자체의 명확한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점을 평가서에 기록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 2011년부터 SRF 수요처로 나주 지목한 광주

이 같은 논란에 앞서 광주시는 이미 SRF 수요처로 나주시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1년 광주광역시의회(임시회)에서 “광주에서 생산된 SRF를 나주SRF열병합발전소에 전량 공급할 계획”이라는 발언이 나와서다.

당시 광주시청 환경관련 부서 B국장은 모 의원이 질의한 내용을 답변하는 과정에서 “광주시에서 생산한 RDF 연료는 인근 나주시 공동혁신도시에 건설 중인 열병합발전소에 전량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에… 다소 이기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광주시민의 환경오염 문제는 염려 놓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2013년 10월 나주시가 광주시에 “광주에서 생산된 SRF를 받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도, 당시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함과 동시에 ‘광주SRF 반입 거부’ 의사를 거듭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광주SRF시설은 2018년 1월부터 현재까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광주시가 법원에 제출한 호소문에 따르면 해당 시설 가동 중단으로 인해 △광역위생매립장 수명 단축 △가연성 폐기물 민간 소각에 따른 막대한 폐기물 처리비용 발생 △민간투자사업자(청정빛고을㈜) 파산 우려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광주시는 나주SRF열병합발전소가 가동을 멈췄기 때문에 발생한 피해라는 주장이다. 처음부터 나주시가 광주SRF를 받지 않겠다고 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하지만 나주시는 광주시에 이 같은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나주시가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운영주체인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에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광주SRF를 받지 않겠다’는 나주시의 강경한 의사를 확인하고도 사업을 강행한 데 따른 광주시의 책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법원은 오는 15일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나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개시신고수리거부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선고 결과에 따라 발전소 가동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막대한 혈세 낭비로 이어진 이번 사태의 후폭풍과 책임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전남도와 나주시의 SRF를 무상으로 공급받아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열원으로 사용하지만, 광주SRF시설에서 생산한 SRF는 톤당 1만8,000원을 주고 매입하는 사업방식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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