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14일 기업구조개편에 따라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 (SK텔레콤 존속회사) △ICT투자전문회사 (SK텔레콤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SK텔레콤의 인적분할 방식을 두고 업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SK텔레콤은 14일 기업구조개편에 따라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SK텔레콤 존속회사) △ICT투자전문회사(SK텔레콤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기업분할에 나선 것은 지난 1984년 회사 설립 이후 37년만이다. 인적분할 추진 일정은 6월 이사회 개최, 8월~9월 주주총회 개최, 11월 분할 및 상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인적분할 배경에 대해 SK텔레콤은 “국내 1위 통신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춰, 반도체와 New ICT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통신사업과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 SKT, “AI·디지털 컴퍼니와 ICT 투자전문회사로 인적분할 추진”

이번 인적분할 추진 계획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SK텔레콤 존속회사인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둔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 서비스 등 AI 및 디지털 신사업 부문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AI는 현재 SK텔레콤의 서비스, 상품에 확대 적용되고 있고, 분할 후에도 SK그룹 ICT 전 영역을 이끄는 코어 기술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존속회사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5G유망산업에서 미래 수익을 창출하고 AI,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기술 개발에 지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신설회사인 ICT투자전문회사의 경우엔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SK텔레콤은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 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SK텔레콤에서 ‘New ICT’로 분류하고 있는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의 신사업 자회사들의 IPO(기업공개)도 적극 추진된다. 이를 통해 자회사들의 기업 가치를 높이고 수익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목표다. 

박정호 SK텔레콤 CEO는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인적분할되는 회사명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현재 업계에서 예상하고 있는 사명인 ‘T스퀘어’는 가능성이 낮을 듯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언제 사명이 변경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T스퀘어가 될 가능성은 낮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아마 기존 통신사의 이미지를 벗으면서도 동시에 SK텔레콤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이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인적 분할 전후 조직도./ 그래픽=박설민 기자

◇ SKT, “SK와 중간지주사 합병 없다”… 증권가 “아쉬운 점 있지만 긍정적”

아울러 SK텔레콤 인적분할의 ‘핫이슈’였던 SK그룹과 중간지주사간 합병 문제는 SK텔레콤 측이 14일 “투자부문 중간지주사(신설회사)와 SK의 합병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일단 무산된 듯하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 주가 차원에서 합병 없는 인적분할을 결정한 것에 대해 아쉽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SK텔레콤 박정호 CEO가 직접 SK와의 합병이 없을 것으로 공식 발표한 것이 리스크 해소에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그동안 SK텔레콤 인적분할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SK와의 합병 시점을 언급할 것을 조언한 바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자회사 IPO 이벤트가 중간지주사에 반영되지 못하고 SK로 넘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박정호 CEO까지 직접 나서 당분간 중간지주사와 SK간 합병은 없다고 했으니 단기적으로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 등 통신부문 자회사가 SK텔레콤 밑에 남아 있게된 것도 긍정적”이라며 “SK브로드밴드 배당 지급 효과로 대략 2조원 정도의 시가 총액이 증가할 수 있어 5G와 더불어 SKT 사업회사 가차 증대 기대감이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홍식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하이닉스 시총이 커지기 전에 진작에 합병을 했었으면 분할 비율도 좋았을 것이고 노이즈도 크지 않았을 텐데 많은 아쉬움 남는다”면서도  이제와 추진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번 합병 없는 인적분할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 주가 차원에서 합병 없는 인적분할을 결정한 것에 대해 아쉽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SK텔레콤 박정호 CEO가 직접 SK와의 합병이 없을 것으로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해선 리스크 해소에 긍정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주총에서 발표 중인 박정호 SK텔레콤 CEO./ 사진=SK텔레콤 

◇ 자사주 소각 가능성 및 향후 합병 가능성에 미칠 영향은?

약 11.7%에 해당하는 자사주 소각에 대한 가능성도 이번 SK텔레콤 인적분할의 긍정적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된다. SK그룹 입장에선 주주총회 통과를 위해 SK텔레콤의 지분율 상승을 포기하더라도 SK하이닉스를 얻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고, 자사주는 어차피 중간지주사 몫이기에 SK 입장에선 SK텔레콤의 신설회사 시가총액 증대가 더 중요하다는 것.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자사주는 어차피 중간지주사의 시가총액에 반영되는 것이라 SK입장에선 크게 아쉬울 것이 없고 향후 현물 출자·주식 교환 일정을 감안 시 SK텔레콤 사업 회사 시가총액 증대가 더 중요하다"며 ”자사주 소각 효과로 SK텔레콤 주가가 이론적으론 12% 상승할 수 있으며 SK브로드밴드 배당 지급 효과로 대략 2조원 정도의 시가 총액이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도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 SK텔레콤이 보유한 자사주 12%에 대한 전량 소각 작업이 분할 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사주 소각은 EPS(주당 순이익) 상승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을러 최남곤 연구원 더 나아가 자사주 전량 소각시 SK와 SK텔레콤 신설회사 간 합병 가능성이 ‘아예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자사주 소각이 SK와 SK텔레콤 신설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남곤 연구원은 “만약 자사주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인적분할 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간 자사주를 활용해 현물 출자 및 유상증자 과정을 거치게 되면 SK는 SK텔레콤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현재 26.8%보다 약 2배 가까이 높일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향후 SK와 SKT 신설회사간 합병 시, 대주주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게 되면, 인적분할 후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 없이, SKT 존속회사와 SKT 신설회사 체제는 계획대로 유지될 것인데, 이때 SK의 SK텔레콤 존속회사 및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30.5%로 상승하게 된다”며 “이는 SK와 SK텔레콤 신설회사간 합병을 추진하기엔 대주주의 지분 희석 차원에서 지나치게 낮은 지분율이기 때문에 SK와 SK텔레콤 신설회사의 합병가능성은 아예 없어졌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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