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9 18:42
“자동차부터 IT까지”… 반도체 대란, 언제까지?
“자동차부터 IT까지”… 반도체 대란, 언제까지?
  • 박설민 기자
  • 승인 2021.04.19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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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시작된  ‘반도체 대란’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는 600억달러가 넘는 매출 손해를 입을 위기에 처했으며, 스마트폰, TV 등 IT업계까지 불길이 옮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해 말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반도체 대란’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산업계도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현재 직격탄을 맞아 피해가 심각한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컴퓨터 등 IT분야까지 반도체 대란 불길이 옮겨붙고 있어 그 피해가 산업 분야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수요 예측 실패로 시작된 ‘반도체 대란’… ‘설상가상’ 자연재해까지

전문가들은 이번 반도체 부족사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크게 위축됐던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예상밖으로 빠르게 회복한 것이 주요했다고 보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 ‘ICT Brief’에서 “백신 개발 등 세계 각국이 코로나 시대 대응에 발빠르게 나서며 글로벌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자 자동차 반도체 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화됐다”며 “반도체 수급 대란은 수요 예측 실패가 주원인으로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수요가 증가한 스마트폰·PC 등에 주요 반도체 기업이 제조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미디어그룹 블룸버그통신의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에 달했던 2020년 4월엔 2019년 12월 말보다 50% 이상 감소했다. 이에 NXP, 르네사스, TI 등 글로벌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줄이고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공급할 반도체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6월부터 전기자동차 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동차 판매량도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또한 화이자·모더나 등 코로나19 백신 출시에 대한 본격적인 기대감이 급증했던 7월부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자동차 판매량의 90%에 가까울 정도로 시장이 회복했다. 자동차 시장의 회복세가 반도체 산업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빠르자 시장에서 요구하는 자동차 공급량을 반도체 생산량이 받쳐주지 못했고, 반도체 품귀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자연재해 발생으로 인한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도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NXP, 인피니언 등 반도체 제조업체의 공장들은 기록적 한파와 폭설로 인한 전력 부족으로 공장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도 지난 2월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또한 세계 3위의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도 지난 2월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으로 주력 생산기지인 이바라키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해당 반도체 제조사들의 공장을 재가동하는데는 1~2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품귀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설상가상 미국 텍사스의 한파(사진 좌측), 일본 후쿠시마 지진(사진 우측) 등 자연재해까지 발생으로 인한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도 반도체 대란에 치명타를 입혔다./ 사진=뉴시스, AP 

◇ 반도체 품귀 현상에 자동차 업계 ‘치명타’… 607억 달러 타격 예상

이같은 반도체 품귀현상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도 치명타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피해가 점진적으로 현실화되면서 매출 타격은 2021년 약 607억 달러(약 69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 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주요 생산 거점에서 생산 중단·감산 조치를 취했다. GM은 멕시코 산루이스 포토시 조립 공장은 3월 말까지,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공장은 4월 중순까지 생산 중단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강국인 독일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아우디는 반도체 부족사태로 인해 1만명 이상의 직원이 휴직에 들어갔으며, 폭스바겐은 생산량을 10만대 감축한다고 결정했다. 

로이터 통신은 “GM이 반도체 부족으로 20억달러 (한화 2조2,392억원)에 달하는 손실 가능성이 전망된다”며 “포드 역시 독일·브라질 공장 폐쇄에 나서면서 올 1분기 생산량이 최대 20% 가량 감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도 반도체 대란으로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며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아산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지난 12일~13일에 이어 19일~20일 추가 휴업에 들어가게 됐다. 한국GM도 본사 결정에 따라 제1,2공장 전체를 19일부터 일주일간 정지한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 입장에선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이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되기만을 기다려야하는 실정이다. 국내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 반도체 생산 공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이 낮아 관련 사업 확대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산업도 일부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차량용 반도체 공급의 부족 상황이 장기화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완성차와 부품사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의 부족에 따른 원가 상승과 생산 차질로 수익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대란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아산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지난 12일~13일에 이어 19일~20일 추가 휴업에 들어가게 됐다./ 사진=뉴시스

◇ IT업계까지 번지는 ‘반도체 대란 불길’… “올 3분기까지 지속 예상”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은 반도체 가격 폭등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컴퓨터, 스마트폰 등 IT업계까지 불길이 번지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부품거래업체 소스엔진에 따르면 기존 1달러(한화 약1,116원)에 판매되던 특정 반도체의 경우, 32달러(한화 3만5,700원)으로 약 30배 가량 폭등했다. 이로 인해 의료기기, CCTV, 소형 카메라 등 중소 IT업체들은 심각한 반도체 공급난에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반도체 대란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DDI, PMIC 등 반도체 수급 차질로 TV 등 가전제품을 계획보다 10~20%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표 컴퓨터 제조사 휴렛 팩커드(HP)는 반도체 부족으로 교육욕 컴퓨터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샤오미도 스마트폰 반도체 재고가 바닥나 생산을 중단했으며, 일부 TV제품 가격도 올린 상태다.

안타깝게도 산업 전분야가 고통받고 있는 반도체 대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자동차 분야의 전망은 올 하반기까진 어둡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과 미국 경영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현재 반도체 부족 사태가 올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차량용 반도체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선 반도체 제조사들이 현재 스마트폰, 가전, PC에 집중된 생산력을 차량용 반도체 증설에 재배치 해야 하는데 낮은 수익성, 높은 진입장벽과 IT부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당장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IHS마킷 수석연구원 필 암스루드는 “자동차 부문 반도체 부족 사태는 소비자 가전부문, 5G스마트폰, 등 IT장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쪽으로 공급 라인이 확장됐을 때 이미 시작댔다”며 “차량용 반도체의 길고 복잡한 제조 공정으로 인해 공급 제약을 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로 인해 새로운 생산량을 구축하기 위해선 시간과 자본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올 3분기까지 반도체 대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