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8 11:22
공시가격 논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시가격 논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
  • 승인 2021.04.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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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매년 공시가격이 발표되면 시세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집값이 천차만별이라는 민원, 같은 지역 아파트라도 단지마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다르게 상승하였다는 이의신청 등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형평성, 공정성, 신뢰성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러한 논란이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공시지가, 공시가격 등이 실제 재산가치와 많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 공시지가는 현 시세와 비교하여 20-40% 정도 수준인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국민들은 공시가격에 별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수용으로 인한 보상을 받을 때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어 공시지가를 높여 달라는 민원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2030년까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실화율이란 부동산 시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53.6%-69.0% 정도인데 이를 모두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던 것이다. 공시가격 등 정부에서 정하는 가격도 실거래가 또는 시가에 근접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추진하였다.

물론 이러한 공시가격 인상 전략이 증세수단, 복지재원 마련, 포퓰리즘 등의 측면에서 접근하였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여튼 공시가격 등은 부동산 시가에 근접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은 정가가 없다. 기본적인 원칙이다. 부동산 가격은 대상 부동산의 종류에 따, 시기에 따라, 자연인과 법인에 따라, 소유자의 사정에 따라,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부동산 가격은 공시지가(표준지공시지가·개별공시지가), 공시가격(단독주택 공시가격·공동주택 공시가격), 기준시가, 감정가(보상·담보·과세·청산), 실거래가, 호가, 시세 등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조건 등에 따라 정상가격, 특정가격, 한정가격으로 나누기도 한다. 부동산 가격은 사용 목적(과세목적, 보상목적, 매수목적 등)에 따라 다르다.

일부에서는 2006년 1월1일 도입된 ‘실거래가’ 기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주장에도 많은 오류가 있다. ‘실거래가가 곧 부동산 가격’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세 10억원 정도인 아파트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소유자는 갑자기 해외근무 발령으로 아파트를 10일 이내 매도하고 출국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을 인지하고 있는 매수자는 시세보다 훨씬 낮은 8억원을 제시해 매수하였다고 가정하면 그 단지의 아파트는 모두 8억원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

공시가격은 말 그대로 정부에서 공시하는 가격이다. 전국토의 토지 건물 가격의 수준이 형평성만 유지하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토지 3,309만 필지, 공동주택 1,339만호, 단독주택 425만호가 있다. 전 국토에 속한 모든 부동산의 가격을 적정하게 정하는 것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동산은 고유의 특성이 있다. 개별성과 지리적 위치의 고정성으로 인하여 불완전 경쟁시장에 속하는 대표적인 재화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거래가나 시가는 여러 요인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거래가나 시가가 대상 부동산의 가치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게 되면 세금의 증세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세는 주로 중산층에 대한 세금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렇게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하여 재산세의 부담이 증가하게 되면 가구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게 되고, 내수경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임대인의 재산세가 증가하게 되면 조세의 증가분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조세의 전가현상이 나타난다. 이로 인하여 임차인의 주거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주거취약계층의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의한 급격한 공시가격인상은 바람직한 방향일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정하거나 보완해야겠다는 인식의 전환도 함께 하여야 할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

-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 국교통부 국가공간정보위원회 위원
- 인천광역시 도시재생위원회 위원
-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경영투자심사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