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7 02:09
박근혜·이명박 사면론이 국민의힘 ‘쇄신’ 발목?
박근혜·이명박 사면론이 국민의힘 ‘쇄신’ 발목?
  • 권신구 기자
  • 승인 2021.04.21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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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내에서 불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 자칫 당의 쇄신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통합’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 안팎에선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1일도 국민의힘은 사면론으로 들끓었다. 이날 청와대를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마음속으로 이 주제(사면론)에 대해 생각하고 식사 자리에 임했는데, 박형준 부산시장께서 먼저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연일 ′사면′에 관한 언급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국민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지금이라도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비단 서 의원뿐만이 아니다. 당권 주자인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대통령이 구속된 경우도 많지 않지만, 저렇게 구속을 오래 (구속)시킨 경우도 처음”이라며 “국민 화합 차원에서 대통령의 용단이 이 시점에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사면론에 힘을 실어 준 셈이다. 

당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의원들 역시 야권 통합을 명분으로 사면에 긍정론을 펴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하루빨리 사면, 복권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고, 권성동 의원도 “사면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유의동 의원 역시 “정파적 이익을 떠나 국가적 불행”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흠 의원도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쇄신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사면론의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하고 있다. /뉴시스

◇ ″학습 능력 떨어져″… 당내 비판 분출 

명분은 국민 통합이라지만, 일각에선 당권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굳이 지금 선거 끝나고 난 다음에 이걸 꺼내야 된다고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전통 보수가 당권을 잡으려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물론 이른바 ‘탄핵의 강’을 두고 분열을 이어왔던 만큼, 당으로선 이를 극복해야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상 이번 사면론이 불거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권을 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보수 정당으로서 해야 할 이야기를 한 측면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면론이 그간 당에서 불어온 ‘쇄신’의 바람을 가라앉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재보선 승리로 어렵사리 외연 확장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사실상 이를 무위로 돌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쇄신에 목소리를 냈던 인사들이 선두에 섰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회초리를 세게 맞는 것을 보고서도 떠오르는 게 없는지 우리 당 의원들께 진지하게 묻고 싶다”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사과를 구한 지 이제 5개월 지났다. 이러니 젊은 세대가 우리 당을 두고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탄핵의 강’을 넘자는 외침이 이어졌지만, 말에 그치고 말만 앞서는 사과와 약속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진정한 사과가 되려면 철저한 반성과 거듭남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원 개개인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며 “당 전체 의견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