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4·7 재보궐선거 이후 각각 ‘민심’과 ‘당심’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4·7 재보궐선거 이후 각각 ‘민심’과 ‘당심’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숨을 죽이며 사태 추이를 관망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4·15 총선 직후 40%대를 넘나들던 이 전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크게 하락해 현재는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여권에서 여전히 이재명 지사 다음으로 지지율이 높다.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로 여권의 대선 경쟁 구도도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재명 1강, 이낙연 1중’이 유지되고 있다.

재보선 이후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모습이다. 재보선 이후 이들이 보이고 있는 언행에서 이들의 차기 대권 전략이 묻어나고 있다.

◇ 이재명 ‘민심’, 이낙연 ‘당심’에 방점

이재명 지사는 거대한 개혁 담론이 아닌 ‘민생 우선’ 메시지를 내며 ‘민심’ 잡기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이 지사는 지난 8일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당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이후 SNS 활동을 중단했다.

이 지사는 12일만인 지난 20일 SNS 활동을 재개하며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낮은 자세로 주권자를 두려워하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작든 크든 ‘실용적 민생개혁 실천’에 끊임없이 매진하는 것”이라며 ‘실용적 민생개혁’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이 지사는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시설 토론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일상적 삶에서 멀리 떨어진 거대한 개혁담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일상적 삶을 개선하는 작은 실천적인 민생 개혁이 정말 중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 지사가 이날 여의도를 방문한 것은 재보선 이후 처음이다. 

이 지사는 민주당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서도 “민주당 권리당원이 80만명이고 일반 당원은 300만명에 달하는데 그 중에 몇 명이나 되겠나. (연락처) 1,000개쯤 차단하면 안 들어온다고 한다”면서 “일반 당원 의지가 소수 과격한 주장과 표현 방식에 의해 과도하게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이와 함께 독자적인 코로나19 백신 도입 구상, 선택적 모병제 등을 제시하며 자신의 강점인 ‘정책 행보’도 강화했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당심’ 확보에 매진할 기세다. 아직까지 친문 세력이 이재명 지사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자가격리를 마친 뒤 당내 이낙연계 의원 20여명과 만나 대권주자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문재인 정부에서 절반 이상을 2인자를 했는데 다른 소리 하는 것은 사기다. 배신할 수 없다”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민주당의 우선 목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차기 민주당 정부로의 계승, 발전이다”며 “이 둘은 따로가 아니라 하나다. 국민의 행복과 역사의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21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지사는 친문이라는 당심보다 민심을 잡는데 더 노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이고 이낙연 전 대표는 권리당원, 친문 세력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쪽은 후보가 되기 위해서 당심을 선택했고, 한쪽은 민심을 선택했다. 굉장히 재밌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지사는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20%대 지지율이 나오고 있지만 20%대 박스권에 갇혔다고 판단하고 중도 외연 확장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친문 세력이 이 지사를 확실하게 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친문 세력의 지지를 받아서 경선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전략에는 모두 ‘리스크’는 있다. 이 지사가 문자 폭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친문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 지사가 문자폭탄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은 강성 당원들이 감정을 상하게 만들 수 있다”며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또 결국 당심이 민심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민심을 따라가는 주자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지금까지 역대 대선 경선을 보면 본선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민심이 항상 당심을 이겼다”며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도 전략적 투표를 하기 때문에 본선에서 이길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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