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창사 이래 첫 자본잠식을 남긴 채 씁쓸히 떠나게 됐다. /뉴시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창사 이래 첫 자본잠식을 남긴 채 씁쓸히 떠나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미얀마 가스전 성공신화를 등에 업고 위기에 빠진 한국석유공사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던 양수영 사장이 초라한 뒷모습을 남긴 채 떠나게 됐다. 강도 높은 비상경영 추진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겠다고 강조하며 분주한 행보를 이어왔지만, 결과는 창사 이래 첫 자본잠식이다.

◇ 부채비율 500%까지 줄이겠다고 했는데… 결과는 ‘자본잠식’

양수영 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에 근무하던 시절 미얀마 가스전 시추 사업을 진두지휘해 끝내 성공으로 이끈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러한 성과와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2018년 3월, 한국석유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것 역시 앞서 보여준 뛰어난 능력 및 성과 때문이었다. 당시 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시절 해외자원개발 사업 실패의 여파로 중대한 경영상 위기를 마주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전임 사장이 채용비리 의혹 속에 물러나 수장 자리가 5개월 동안 공석인 상태였다. 

구원투수로 투입된 양수영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정상화, 신성장동력 발굴, 기업문화 개선 등을 목표로 제시하며 “힘을 모은다면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석유공사를 정상화시킴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석유회사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양수영 사장은 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내부 혁신작업에 돌입하는 한편,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강구할 기업회생TF를 신설해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2019년 3월엔 강력한 자구방안이 담긴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하며 부채비율을 2019년 1,200%, 2020년 500%대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양수영 사장의 계획 및 발표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양수영 사장 취임 직전인 2017년 17조1,278억원이었던 총 부채가 2018년 17조4,749억원, 2019년 18조1,358억원으로 치솟았고, 부채비율 역시 2017년 718%에서 2018년 2,287%, 2019년 3,415%로 급등했다.

급기야는 지난해 말 기준 총 부채가 18조6,449억원에 달하며 자산(17조5,040억원)을 넘어섰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다. 석유공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은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석유공사가 각종 자구방안에도 불구하고 자본잠식에 빠진 것은 상당한 이자 부담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때 30조원이 넘던 자산은 줄곧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유가가 급락한 것도 적잖은 타격이 됐다.

여러 여건이 더욱 악화되면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부채비율 감소 목표치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던 양수영 사장 입장에선 자본잠식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특히 양수영 사장이 남긴 자본잠식 상태는 후임 사장에게 상당한 부담이자 무거운 과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2월부터 양수영 사장 후임 인선 절차에 돌입했으며, 지난달 5명의 후보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했다. 조만간 차기 사장이 낙점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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