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마을이 사라진다
[마을이 사라진다⑫-하] “베이버부머 귀향, 지방소멸 문제 풀 실마리”
2021. 04. 23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도시에 남아 있는 베이버부머 세대의 지방 귀향을 유도해 ‘지방살리기’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3만3,000명이 감소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감소했고,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인구수축사회’를 마주하게 됐다. 

◇ 인구절벽 시달리는 지방… “베이버부머 세대, 인구유입 전략 적극 고민해야” 

지방 도시들은 이 같은 인구절벽 위기에 이미 심각하게 직면해있다. 수도권의 경우, 꾸준한 인구 유입으로 하방압력을 방어하고 있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날로 인구가 쪼그라들고 있다. 인구 3만명 미만도 안 되는 지자체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들은 침체된 도시를 살리고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청년유입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출산장려금 정책을 강화하고 각종 청년사업들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과 청년층 이탈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적정한 인구가 없으면, 공동체는 무너지고 도시의 생활기반서비스 약화된다. 교육·의료·교통·문화 등 각종 생활기반 서비스들은 도시 쇠퇴 함께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어떻게 인구유입 전략을 펼쳐야 할까.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불균형을 해소할 가능성이 있는 세대 계층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다. 그는 지방소멸 문제를 풀 열쇠에 ‘베이버부머 귀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출간한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라는 저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마 교수는 “베이버부머가 현재 젊은 세대에 비해선 자산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은퇴 후) 여생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통상 베이비부머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생까지 계층을 일컫는다. 한국 전쟁 후 출산율이 높았던 시기에 태어나 경제주체로서 경제 성장기와 산업화, 외환위기 등을 모두 겪은 세대다. 마 교수는 학계에선 이러한 베이비부머 세대를 ‘1차’와 ‘2차’로 나누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1차는 흔히 알려진 베이비부머 세대인 1955~1963년생이며,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1968~1974년생이라는 것이다. 

마 교수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앞세대’, 2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뒷세대’라고 표현했다. 중간에 낀 세대(1차와 2차 낀 1964~1967년생)까지 합쳐 모두 베이부버 세대(1955~1974년생)로 통칭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인 1,685만명을 차지하는 거대 인구 집단이다. 해당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은 70만8,000명을 차지한다. 1955년생은 지난해 만 65세가 되면서 노인인구로 편입됐다. 앞으로 매해 70~80만명의 인구층이 고령인구로 편입될 전망이다.  

대규모 인구가 고령자층에 편입되기 시작되면서, 우리나라는 여러 사회적 난제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은퇴 후, 고령층에 편입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는 반면, 각종 복지비용 부담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젊은 층과의 세대 갈등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마 교수는 설명했다. 

◇ 고령화로 재정부담·세대갈등 우려↑ “베이비부머 세대 귀향으로 문제 풀자” 

현재 20·30대 젊은 층들은 사회적·구조적 문제로 팍팍한 현실을 살고 있다. 부족한 일자리, 치솟은 부동산 가격은 젊은 세대 층의 좌절감과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청년층은 높은 집값 압력으로 도심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이들은 향후 높아진 세금부담까지 짊어져야 할 처지다.

그렇다면 베이버부머 세대의 사정은 어떨까. 베이비부머 세대는 고도성장기에 사회에 진출해 일자리 기회를 잡고, 안정적인 자산 기반을 마련한 세대로 평가된다. 이촌향도(농촌을 떠나 도시이동)을 주도한 세대로도 알려졌다. 베이버부머 세대의 절반 이상인 약 805만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이들의 약 60% 이상이 자기 주택을 갖고 있다. 

다만 마 교수는 “베이버부머가 현재 젊은 세대에 비해선 자산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은퇴 후) 여생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마 교수가 집필한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에 따르면 베이버부머가 갖고 있는 순 자산을 3억5,000만원 정도로 추산했다. 부부 적정 월 생활비를 243만원 정도로 추산했을 때, 10년이면 3억원의 생활비가 든다. 50대 중반에 은퇴한다면 30년간 9억원이 필요하다. 최저생활비 176만원을 기준으로 잡아도 6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마 교수의 설명이다. 

마 교수는 “베이비부머 상당수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도심 집값은 계속 뛰고, 청년층은 높은 집값 압력으로 도심에서도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마 교수는 지방소멸, 청년 일자리 부족, 연금고갈, 세대갈등, 부동산 가격 급등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베이버부머 세대의 ‘귀향’ 혹은 ‘지방이동’을 제시했다. 

마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 상당수는 고향을 떠나 도심으로 온 사람들”이라며 “이들 중 반수 이상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실제로 일부 인구가 (고향으로 내려가기 위해) 짐 싸고 있는 흐름이 감지된다. 베이버부머 세대 중 10%만 내려가도 100만명이다. 이들 중 일부만 지방은 내려가도 인구감소에 따른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베이버부머 세대가 이동하면, 도심의 인구 과밀화 및 일자리 부족, 부동산 공급 불균형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강래 교수는 “베이버부머 세대가 지방으로 내려가 활발하게 지역 경제 활력을 넣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다만 이를 위해선 이들이 지방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마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지금의 고령층하고는 다른 세대다”며 “그들은 자신이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젊다고 생각하며, 사회 참여 의지도 강하다. 더구나, 남은 생을 버티기 위해 충분치 않는 자산 상황을 감안하면 은퇴 연령 이후에도 근로 소득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고령층 증가에 따른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이들은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 방안 필요  

다만 “이들이 많은 근로소득을 바라지 않을 수 있다”면서 “지방은 대도시권 보다는 생활비 덜 들 수 있다. 베이버부머 세대는 어느 정도의 자산도 갖고 있다. 그리고 건강관리도 필요하다. 주 4일 정도 일하고 150~200만원만 벌어도 만족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렇다면 일자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마 교수는 중소기업들에 주목했다. 마 교수는 “지역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베이버부머 세대를 중소기업과 연계한다면 지방도시가 겪고 있는 인력난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에 정착을 위해선 생활기반여건도 중요하다. 마 교수는 “베이버부머 세대는 교류, 문화, 교육, 의료서비스 등에 욕구가 큰 세대”라며 “지역 공동체와 연계하고, 지역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앞으로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20년이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20년동안 고령화와 인구 감소, 지방 침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냐에 따라 국가의 경쟁력과 지방의 지속가능성, 국민의 삶의 질 등이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다.

도시가 생존하려면 최소한의 적정 인구가 필요하다. 지역침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인구 유입 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