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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나라 운전면허시험, 점수로 매기면 ‘F’… 이제는 바꿔야
[기자수첩] 우리나라 운전면허시험, 점수로 매기면 ‘F’… 이제는 바꿔야
  • 제갈민 기자
  • 승인 2021.04.23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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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최근 교통사고율을 낮추기 위해 도심 내 자동차 주행속도를 30∼50㎞/h로 제한하는 ‘안전속도5030’을 실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교통사고와 교통사고로 인한 중상 및 사망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 도입한 것인 만큼 마냥 비판적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이러한 속도제한과 함께 국내 자동차운전면허자격증시험(이하 운전면허시험)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운전면허시험은 전 세계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난이도가 최하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 정부가 운전면허시험에서 장내 기능시험 중 △S자 굴절코스 △직각코스 △T자 주차 △평행주차 △교차로 통행을 없애는 간소화를 하고 나서기도 했다. 결국 장내 기능시험은 50m를 직진만하면 합격할 수 있어 소위 ‘물면허’라고 불리기도 했다.

운전면허시험 간소화로 학과(이론) 교육은 5시간으로 간소화 전후가 동일하지만, 장내 기능교육은 15시간에서 2시간, 도로주행 교육은 10시간에서 6시간으로 각각 줄어들어 최소 의무교육 시간이 30시간에서 13시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교육시간이 단 13시간에 불과하다보니 이틀 만에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도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운전이 미숙하더라도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 정도였다. 우스갯소리로 이 시기에 운전면허시험에 떨어지면 바보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후 5년간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13년을 빼놓고는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계에 따르면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된 2011년(6월 10일 시행)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2만1,711건이었으나, 2012년 22만3,656건으로 소폭 상승했고 2013년에는 21만5,354건으로 줄었다. 이어 2014년 22만3,552건에서 2015년 23만2,035건으로 8,483건 증가했다.

교통사고 발생이 늘어나자 정부는 2016년 운전면허시험에서 장내 기능시험을 부활시키는 등 시험제도를 강화하고 나섰다. 운전면허시험 강화는 2016년 12월부터 시행됐다. 이후에는 사고발생 건수가 2016년 22만917건 대비 △2017년 21만6,335건 △2018년 21만7,148건 등으로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기간 대비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시 강화된 운전면허시험도 아직까지 다수의 타 선진국 대비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허억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통정책 교수는 “도로는 초보운전자들의 연습공간이 아닌 만큼 운전자들이 면허를 취득한 후 바로 운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교육을 해야 한다”며 “현행 13시간 교육으로 생명과 직결된 면허증을 발급하는 우리나라 운전면허시험제도는 아주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의 운전면허시험제도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우리나라가 일본의 체계를 도입하면 더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현재 일본은 60시간 교육을 진행하며 심성교육부터 차량 조작을 아우르는 장내기능 및 도로주행 교육, 긴급상황 대응 방법 등 총 3단계로 진행하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운전면허시험이 어렵기로 소문난 국가로는 독일과 핀란드, 노르웨이 등이 있다.

특히 독일의 운전면허증 취득과정은 필기시험부터 난관이다. 필기시험 합격 점수는 90점으로 3개 문항을 틀리면 탈락이다. 이와 함께 독일은 운전면허 교육에 응급처치 교육이 필수로 8시간 존재하며, 1회 90분의 도로주행 교육을 최소 12회나 이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운전면허 교육에만 보통 2~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도로주행 교육에서는 야간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까지 행해 전 세계적으로 취득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토의 3분의 1 정도가 북극권에 속한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도 도로주행 테스트가 상당히 어렵다. 핀란드는 기후 특성상 미끄러운 빙판길이나 눈길 등에서 운전하는 상황이 많아 주행시험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는 상황 등을 테스트하기도 한다. 또한 시험을 모두 통과하고 면허증을 취득하더라도 이는 임시면허증으로, 이후 2년간 사고가 없어야 정식 면허를 발급해준다.

독일과 일본, 핀란드 등 운전면허증 취득이 어려운 나라는 운전면허교육을 포함해 면허증을 발급 받을 때까지 소요되는 비용도 200~300만원 수준에 달한다. 이는 철저한 교육을 통해 운전면허증 취득자가 바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억 교수는 “자동차는 아주 편한 이동 수단이지만,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운전자라면 한순간에 상대방과 나 자신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흉기로 이용될 수 있다”며 “운전면허증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자격증인 만큼 더 철저한 교육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교통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안전속도5030’을 시행하는 것이라면 현행 운전면허시험 역시 개선해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해법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보행자들의 안전과 많은 운전자들의 생명을 지키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운전면허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