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최근 소송을 통해 출국금지로부터 벗어났다. /뉴시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최근 소송을 통해 출국금지로부터 벗어났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7년 취임해 5년째 한국지엠을 이끌고 있는 카허 카젬 사장이 ‘출국의 자유’를 다시 얻은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가열되고 있다. 카젬 사장의 구속을 촉구해 온 노조는 이번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엄연한 외국인인 그의 출국을 장기간 불허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앞서 수입차업계에서 발생했던 해외도피 논란까지 다시 소환되고 있는 모습이다.

◇ 해외도피 재현 우려도 제기

2017년 9월 한국지엠 사장으로 취임해 어느덧 5년째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카젬 사장은 최근 한동안 출국금지 조치에 발목이 묶여 있었다. 불법파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데 따른 것이다. 카젬 사장은 1,700여명의 근로자를 불법파견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해당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출국금지 처분이 거듭 연장되자 카젬 사장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출국금지 연장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결과는 카젬 사장의 승리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카젬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의 효력을 중단시킨 데 이어 지난 23일 본안소송에서도 출국금지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카젬 사장은 마침내 ‘출국의 자유’를 되찾게 됐다.

그러자 불법파견 문제로 한국지엠과 대립을 이어오고 있는 금속노조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카젬 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출국금지 해제가 아니라 엄벌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한국지엠이 불법파견 문제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법원 및 정부 당국에서 잇달아 불법파견 판결을 내리고 시정명령까지 내렸지만 한국지엠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카젬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 처분이 다소 지나쳤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젬 사장은 그동안 수사 및 재판에 잘 협조해왔다. 더욱이 그는 엄연한 외국인이고 외국계 기업의 임원이다. 그런 그의 출국을 장기간 막는 것은 국제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인권 문제로 연결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허 카젬 사장은 출국금지 집행정지 처분이 내려진 직후 미국 출장을 다녀와 귀국했다. 이어 지난 21일엔 충남 보령공장을 방문했다. /한국지엠
카허 카젬 사장은 출국금지 집행정지 처분이 내려진 직후 미국 출장을 다녀와 귀국했다. 이어 지난 21일엔 충남 보령공장을 방문했다. /한국지엠

한편으로는 앞서 수입차업계에서 벌어졌던 해외도피 논란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은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2017년 1월 기소된 직후 한국을 떠나 고국인 독일로 향한 뒤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그에 대한 재판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범죄인 인도 절차까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돌아와 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5월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이 비슷한 논란을 남긴 채 한국을 떠났다. 실라키스 전 사장은 지난해 5월 다소 이례적인 시점에 단행된 인사를 통해 한국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환경부는 벤츠 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법인과 대표 등을 검찰 고발 조치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5월 중순 압수수색을 단행했지만 실라키스 사장은 이미 한국을 떠난 뒤였고, 다시 귀국하지 않은 채 7월 말 임기를 마쳤다.

이후 벤츠 코리아는 실라키스 사장의 후임으로 선임됐던 인물이 부임을 거부하는 촌극을 연출했으며, 새해 들어서야 새 수장을 맞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성희롱 폭로가 제기됐던 파블로 로쏘 전 FCA코리아 사장 겸 전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도 별다른 수사나 처벌을 받지 않고 물러났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수입차업계에서 발생했던 해외도피 논란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한국지엠은 그런 기업이 아니다. 카젬 사장은 그동안 수사 및 재판에 성실히 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카젬 사장은 출국금지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직후 미국 출장을 다녀와 귀국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불법파견 문제의 해결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정부의 입장이 너무 갑자기 바뀌었는데, 그에 따라 1,700여명을 고용한다는 것은 기업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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