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주자들이 다음 대선을 관통할 시대정신 화두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뉴시스
차기 대선주자들이 다음 대선을 관통할 시대정신 화두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2022년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으면서 여야 대권주자들도 등판 준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대권주자들은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올랐을 때 대중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질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차기 대선 시대정신 화두를 선점하기 위한 대선주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그 시대의 이슈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차기 대통령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선주자들은 시대정신을 반영해 대선 캠페인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

역대 대선마다 대선주자들은 자신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대통령 후보라고 주장하며 표심 잡기 경쟁을 벌여왔다. 이에 따라 현재 여야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시대정신 띄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흙수저 출신으로 비문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정’을 시대정신으로 꼽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조국 사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공정’이라는 화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정한 룰이 지배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시대적 과제”라며 “정치가 해야 될 중요한 과제는 양극화의 완화, 불평등의 완화, 공정한 룰의 확대 등을 통해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지사를 지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인 가칭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 포럼’(약칭 성공포럼)의 이름이 이 지사의 대선 화두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포럼은 내달 발족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시대정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 중 하나인 ‘혁신 성장’과 자신의 핵심 정책 구상인 ‘신복지’ 키워드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복지 제도 구상으로 ‘국민생활기준 2030’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을 앞두고 시대정신은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국가의 책임이 무엇인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넓은 의미의 복지와 복지를 가능케 하는 혁신성장 이것이 시대정신이고 시대요구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시대정신’에 대권 전략 묻어나

정세균 전 총리가 띄우고 있는 시대정신에도 그의 대선 전략이 묻어난다. 같은 호남·총리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치적 이미지가 겹친다는 평가를 받는 정 전 총리는 자신이 기업·경제인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경제 전문가’ 이미지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21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 시대정신을 묻는 질문에 “‘회복’이 제일 중요하다”며 “일상의 회복, 국격의 회복, 그 중에서도 경제 회복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자신이 경제 회복 해결사임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면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공정’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을 초래한 LH 사태를 비판하면서 “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공정한 경쟁이고 청년들이 공정한 경쟁을 믿지 못하면 이 나라 미래가 없다”며 “어려울 때 손잡아주는 지원책도 꼭 필요하지만 특권과 반칙없이 공정한 룰이 지켜질 거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역설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국민의힘도 윤 전 총장을 공정의 상징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CBS 라디오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수사를 타협 없이 진행하고 현 정권 관련 수사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윤 전 총장이 공정의 정신을 일관되게 관철하려고 했다는 것이 시대정신과 맞았다고 보고 그래서 일종의 공정 메신저, 공정을 상징하는 인물이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이 ‘공정’이라는 화두를 선점하면서 야권 다른 대선주자들은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야당의 한 대선주자 측 관계자는 27일 <시사위크>와 만나 “대선 출마 때 내세울 시대정신 화두를 놓고 고심 중”이라며 “누가 먼저 화두를 선점했다고 해서 다른 주자가 사용하면 안된다는 법은 없지만 지금 마치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윤석열 전 총장을 상징하는 것처럼 돼 있어서 고민이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공정’이라는 화두보다는 민생 문제, 즉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시대적 과제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8일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은 정부가 말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 질 것”이라며 “지금 시대정신이 공정이라고 많이 얘기하시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 문제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게 되면 저에게 눈을 돌려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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