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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계류법안
[범죄의사면허취소 논란②] 찬성 측 “직종 간 형평성 맞춰야”
2021. 04. 27 by 서예진 기자 syj.0210@sisaweek.com

의사는 평범한 사람이 알기 어려운 의료지식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직업이다. 그러다보니 환자는 의사를 믿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사 역시 직업적 윤리를 지키는 이들일 것이다. 그러나 불법촬영을 저지른 예비의사들이 출교를 당해도, 다른 학교로 재입학해 의사가 될 수 있다. 만삭의 아내를 숨지게 한 의사 역시 출소 후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20년 전 국회가 의사들이 사람을 죽게 하더라도 의료 관련 범죄가 아니면 면허가 취소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면서다. 결국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소수지만, 의료소비자들은 이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의사면허 취소와 관련된 의료법 개정안이 수없이 발의됐다 폐기된 이유다. <편집자 주> 

리얼미터가 지난 2월 24일 발표한 ‘의료법 개정안 찬반 조사 결과’. /그래픽=김상석 기자
리얼미터가 지난 2월 24일 발표한 ‘의료법 개정안 찬반 조사 결과’.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의료법 위반이 아니면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료인이 면허를 유지하는 현행 의료법에 대한 문제의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측은 ‘의료인은 고도의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이 요구되므로 면허 관리는 엄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다른 전문직종과 마찬가지로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의료법 찬성 여론, 국민 10명 중 7명

해당 개정안은 27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달 법사위에 상정된 이후 논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 및 의료계에 따르면, 개정안은 빠르면 이달 말 법사위에서 재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현행 의료법 상 성범죄 등 강력 범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어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아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또한 현행 의료법이 시행된 이후 몇 차례 의료인의 범죄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세간의 인식대로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얼마나 될까.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9년간 특정강력범죄 검거현황’에 따르면 2010년~2018년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901명에 달했다. 9년간 강간·강제추행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이들은 848명, 살인을 저질러 검거된 이들은 37명이었다. 

이에 의료법을 찬성하는 국민 여론도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2월 24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의료법 개정안 찬반 조사 결과’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68.5%, ‘반대한다’는 응답이 26.0%로 나왔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최근 9년간 특정강력범죄 검거현황’. /그래픽=김상석 기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최근 9년간 특정강력범죄 검거현황’. /그래픽=김상석 기자

◇“범죄 저지른 전문직의 면허 취소, 사회적 공감대 형성”

의료면허 취소 요건을 강화하는 해당 개정안을 찬성하는 측은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에 대한 특혜’라고 보고 있다. 의사는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는 경우의 범죄일 경우 대부분 면허를 유지한다. 반면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대부분의 전문 직종 종사자는 금고 이상의 중대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면허나 자격을 제한받고 있다. 즉 직종 간 형평성을 맞추자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1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2000년 의료법 개정 이후 의료인 결격사유는 모든 범죄에서 보건의료와 관련된 일부 범죄로 완화되었고 유독 전문직종 중 의료인만이 이러한 특혜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인에게 고도의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며 “중대범죄를 저지른 자는 의사를 불문하고 범죄자일 뿐이며 그러한 자에게 고도의 사회적 책임을 수반하는 의료 행위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 역시 의료면허 취소 요건을 강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환자단체연합은 ‘환자보호3법’(수술실 CCTV 설치법, 범죄의료인 면허 취소법, 행정처분 의료기관 이력 공개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오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변호사·회계사 뿐 아니라) 사회복지사만 해도 중대범죄를 저지르면 면허가 취소된다. 즉, 면허나 자격을 가지는 전문직종은 금고 이상 형을 받았을 때 대부분 면허 취소 처분을 받는다”면서 “이에 우리나라는 전문직종이 중대범죄로 금고 이상 형을 받았을 때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대표는 교통사고로 사망자를 냈을 경우 금고형을 받는 점을 사례로 들며 “보통의 전문직종은 면허가 취소되지 않으려고 합의하고, 사과하는 등 적극 노력한다. (처벌을) 받아들이는 것인데, 의사만 (처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