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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뻔한 이야기, 그럼에도
2021. 04. 28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감독 이창원‧권성모)가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파인스토리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감독 이창원‧권성모)가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파인스토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게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재식(진구 분)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지영의 전 재산을 ‘먹튀’하기 위해 지영의 딸 은혜(정서연 분)의 가짜 아빠를 자처하게 된다. 은혜는 시각과 청각 장애를 모두 가진 아이.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은혜를 귀찮아하던 재식은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은혜만의 특별한 방식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감독 이창원‧권성모)는 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거 없던 재식이 듣지도 보지도 못하지만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아이 은혜의 가짜 아빠를 자처하면서 시작된 특별한 만남을 담은 작품으로, 국내 최초로 시청각장애를 다뤘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를 공동 연출한 이창원‧권성모 감독은 “연출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결과물은 정반대를 내놨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소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기 위한 연출자의 노력이 엿보이긴 하나, 다소 작위적이고 불필요한 요소들이 곳곳에 끼어들어 몰입을 방해한다.

다소 뻔한 이야기 전개가 아쉬운 ‘내겐 너무 소중한 너’ /파인스토리
다소 뻔한 이야기 전개가 아쉬운 ‘내겐 너무 소중한 너’ /파인스토리

가장 아쉬운 것은 신선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이야기다. 결함 많은 한 남자가 장애를 가졌지만 순수하고 맑은 아이를 만나 서투른 마음을 나누고, 진정한 가족이 돼간다는 단순한 줄거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시청각장애’라는 소재 외엔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봐왔던 익숙하고 전형적인 전개가 펼쳐져 관객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재식과 은혜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여러 사건들도 아쉽다. 일부는 작위적으로 느껴지고, 몇 개는 갑작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이모’의 존재를 찾기 위해 떠난 곳에서 비슷한 사건이 반복돼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또 교육시설에 찾아갔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는 모습은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갑자기?’라는 물음표를 띄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그동안 한 번도 극영화에서 그리지 않았던 ‘시청각장애’를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가 몰랐던, 지나쳐왔던 세상에 대해 새롭게 자각하고,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누구보다 소통이 어려웠던 재식과 은혜가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 진심을 나누는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다.

그럼에도 의미있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사진은 (위 왼쪽부터) 진구와 정서연 스틸컷. /파인스토리
그럼에도 의미있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사진은 (위 왼쪽부터) 진구와 정서연 스틸컷. /파인스토리

진구와 정서연은 진정성 있는 열연을 펼친다. 먼저 진구는 서툴지만, 진심만은 따뜻한 재식의 내면부터 은혜를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내 감동을 안긴다. 천진난만한 얼굴부터 굵직한 감정 연기까지 폭넓게 소화한다. 정서연도 제 몫을 해낸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제약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힘을 보탠다.

시각과 청각 장애를 동시에 앓고 있는 시청각장애인은 우리나라에서 법으로 규정한 총 15개의 장애유형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누구보다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없다고 한다. 

제작진은 시청각장애인들이 겪어야 할 소통장애에 대한 고통을 알리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창원‧권성모 감독은 “드라마틱한 잔재미에 현혹되지 않고 재식과 은혜를 통해 소통을 위한 노력이 낳는 인간관계의 기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100분, 오는 5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