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개 비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에서는 개인적 원한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사이의 풀리지 않은 앙금 때문에 야권의 대선 국면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이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였다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사과할 일에 대해서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과물탄개(過勿憚改‧잘못을 하면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의 전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3년 서울경찰청장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축소‧은폐 혐의로 윤 전 총장이 이끄는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에 의해 기소됐다. 그러나 1‧2심을 거쳐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혐의를 벗게 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실제로 축소‧은폐를 지시하지도 않았고, 축소‧은폐된 것도 없었으니 당연한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도끼는 잊어도 나무는 잊지 않는다”며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성 있게 고해성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윤 전 총장도 새로운 힘을 얻을 것이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수많은 우국 인사들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실상 보수 야권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과거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앙금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뉴시스

◇ 풀리지 않은 ′앙금′ 부상?

일단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김 의원의 비판이 개인적 감정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사이에 ‘구원(舊怨)’이 남아 있는 탓이다. 김 의원의 공개 비판을 시작으로 향후 당내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메시지가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러한 감정이) 잠재돼 있지만, 없다고는 볼 수 없다”며 “특히 영남권이라든지 박 전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해서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달 1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 일각에서 박근혜, 이명박 정권 때 있던 일을 적폐 청산으로 무리하게 수사했다고 아주 강하게 비판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야권의 대선 국면을 위해선 이같은 앙금을 풀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주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반적으로 공직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 공직 수행 과정에서 결점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선제적 입장표명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본인 선택”이라며 말을 아꼈다.

당내에선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높은 만큼, 이같은 ‘앙금’이 판세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문재인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명분에 가려져 있는 상황”이라며 “대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 어찌 없기야 하겠냐만, 대체로 큰 기류는 그것과 관계없이 정권 교체를 이뤄낼 수 있는 유력 후보고 좋은 후보(라는 분위기)”라며 “검찰 수사 과정 그런 걸 갖고 시시비비를 따질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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