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 창업주 서정진 명예회장(위)이 공식 은퇴한 가운데, 장남 서진석 수석부사장(아래 왼쪽)과 차남 서준석 이사의 존재감이 커진 모습이다.
셀트리온그룹 창업주 서정진 명예회장(위)이 공식 은퇴한 가운데, 장남 서진석 수석부사장(아래 왼쪽)과 차남 서준석 이사의 존재감이 커진 모습이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1위로 도약한 셀트리온그룹이 2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을 상징하는 인물인 서정진 명예회장이 지난달 경영일선에서 은퇴한 가운데, 그의 두 아들이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화려한 학력을 자랑하는 재원이지만, 일각에선 기대 못지않게 우려와 곱지 않은 시선도 제기된다.

◇ 서정진 명예회장 떠난 빈자리, 두 아들이 채우다

셀트리온그룹 창업주인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달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지난해 말 이미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데 이어 셀트리온 사내이사 임기를 공식적으로 마친 것이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정기 주주총회를 통한 마지막 인사에서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정년이 되면 은퇴하겠다고 한 이야기를 지켰다”고 말하며 “이제는 주주로 돌아가 경영진을 격려하고 질책하는 위치에 있겠다. 마지막 부탁은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정진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과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운영지원담당장)는 존재감을 대폭 키운 모습이다.

장남 서진석 수석부사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사내이사로 선임됐을 뿐 아니라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올랐다. 또한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셀트리온홀딩스에서도 부친을 대신해 사내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차남 서준석 이사도 부친의 뒤를 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 사내이사 및 이사회 의장,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사내이사 등에 이름을 올렸다.

서진석 수석부사장은 서울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생명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준석 이사 역시 인하대에서 생물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두 사람 모두 화려한 학력을 자랑하는 재원이다.

이들 두 형제와 함께 2세 시대로 접어드는 셀트리온그룹은 최근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액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그룹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는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 경험·경영능력 검증 안 돼… ‘사실상 승계’ 지적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와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서진석 수석부사장과 서준석 이사는 각각 1984년생, 1987년생으로 아직 30대에 불과하다. 학력은 화려하지만 나이가 어릴 뿐 아니라 경영능력 및 리더십 검증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오히려 서진석 수석부사장의 경우 2017년 10월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취임했지만 적자탈출을 이끄는데 실패한 바 있다.

능력이 아닌 서정진 명예회장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우려 및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행보가 서정진 명예회장이 평소 강조했던 것과 상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진 회장은 평소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강조했을 뿐 아니라,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혀왔다. 하지만 서정진 명예회장이 떠난 빈자리를 두 아들이 이어받는 형국이 되면서 물음표가 붙고 있다. 두 아들이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회 의장을 맡긴 하지만, 경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일각에선 향후 지분 승계 가능성 및 다양한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이에 대해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달 “경영은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들 중심으로 하고 이사회 의장은 상법상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을 검토해서 승인 여부를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 완벽한 답은 아닐지 몰라도 유사한 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정진 명예회장의 ‘자수성가 신화’와 함께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한 셀트리온이 2세 시대엔 어떤 행보로, 어떤 평가를 남기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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