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향년 90세 일기로 선종(善終)한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날 오전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을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이날 조문에는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제남 시민사회수석, 유연상 경호처장, 박경미 대변인 등도 함께 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문 대통령 내외는 장례위원장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의 안내를 받아 조문을 했다.명동대성당 성전으로 입장한 문 대통령 내외는 제대 앞 투명 유리관에 안치된 고 정진석 추기경 앞에 서서 성호를 그은 뒤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개별기도로 애도했다. 

먼저 기도를 마친 문 대통령이 투명 유리관에 안치된 고 정진석 추기경을 바라봤고, 김 여사까지 기도를 마친 뒤 문 대통령 내외는 유리관에 유리관 앞쪽으로 한발 다가섰다. 이후 문 대통령은 염 추기경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잠시 뒤 서울대교구 관계자가 고 정진석 추기경의 사진이 담긴 기도문을 전달해 염 추기경의 기도에 따라 추모 기도를 했다. 기도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조문을 마친 문 대통령 내외는 염 추기경과 함께 주교관 별관으로 이동해 환담을 나눴다. 

이날 고 정진석 추기경의 조문을 위해 명동성당을 방문한 추모객들에 대한 통제는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 내외가 조문을 위해 입장한 이후에 통제가 이뤄졌고, 이미 성전 내에 들어와서 연미사를 보고 있던 신자들은 그대로 미사를 진행했다. 연미사 인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최대 80명으로 제한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 내외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문 대통령 세례명은 ‘디모테오’(하느님을 공경하는 사람), 김 여사 세례명은 ‘골롬바’(평화의 상징 비둘기)이며, 결혼식도 부산 영도구 신선성당에서 올린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참으로 온화하고 인자한 어른이셨다. 서른아홉 젊은 나이에 주교로 서품되신 후, 한평생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평화를 주신 추기경님의 선종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지상에서처럼 언제나 인자한 모습으로 우리 국민과 함께해 주시길 기도한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고 정진석 추기경은 지난 27일 오후 10시15분 입원 중이던 서울성모병원에서 노환으로 선종했다. 정 추기경은 1998년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됐고, 2006년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에 서임됐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한편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한 것은 지난 2018년 1월 밀양 화재 피해자 합동분향소, 2019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빈소, 2019년 12월 소방헬기 추락사고 합동영결식, 지난 2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빈소 방문 등을 포함해 이번이 다섯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