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최근 귀뚜라미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최근 귀뚜라미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굴지의 보일러기업 귀뚜라미그룹이 거듭 뒤숭숭한 분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최근엔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특별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끊이지 않던 각종 논란과 의혹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 주목된다.

◇ ‘저승사자’ 조사4국, 귀뚜라미그룹 정조준

귀뚜라미그룹은 2021년 새해부터 심난한 일을 겪었다. 지난 2월 충남 아산공장에서 대규모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설 명절을 전후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관련 확진자 수는 200명에 육박했다. 

특히 귀뚜라미보일러 아산공장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은 점이 드러나 아산시청으로부터 행정명령을 받았고,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 및 기업 이미지 실추도 피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이달 중순, 귀뚜라미그룹은 또 다른 뜻밖의 변수를 맞았다. 바로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다.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달 중순 귀뚜라미홀딩스 및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 90여명이 투입됐다. ‘저승사자’라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국세청에서도 가장 강력한 조직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에 귀뚜라미그룹에 대한 이번 세무조사를 심상치 않게 바라보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단순한 세무조사가 아니라,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들여다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귀뚜라미그룹은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등 각종 논란과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나노켐이다.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이곳은 전체 매출액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곧 99%를 넘고 있다. 지난해에도 469억원의 매출액 중 99.7%에 해당하는 468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장 기조를 지켜오고 있는 귀뚜라미그룹은 정확한 지분구조조차 제대로 공개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귀뚜라미보일러가 개발한 기술특허 중 상당수를 최진민 명예회장 일가 명의로 등록해 막대한 특허사용료를 챙기고 있다는 지적도 앞서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최진민 명예회장 일가가 미국에 보유 중인 부동산과 관련해서도 편법 증여 의혹과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최진민 명예회장이 보수성향의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은 귀뚜라미그룹에 대한 이번 세무조사를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대구·경북지역 출신인 최진민 명예회장은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찬반투표가 화두로 떠오르자 사내 게시판에 “빨갱이들이 벌이고 있는 포퓰리즘의 상징, 무상급식을 서울 시민의 적극적 참여로 무효화시키지 않으면 이 나라는 포퓰리즘으로 망하게 될 것이며 좌파에 의해 완전 점령당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또 무상급식에 대한 찬성을 ‘거지근성’으로 규정하며 “어린 자식들이 학교에서 공짜 점심을 얻어먹게 하는 건 서울역 노숙자 근성을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내용도 있었다.

최진민 명예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당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으며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인용한 것”이라는 회사 측 해명에도 비판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최진민 명예회장은 그해 10월 그룹 회장식을 내려놓은 바 있다.

한편, 시사위크는 세무조사 및 각종 논란에 대한 귀뚜라미그룹 측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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