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대선 역할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뉴시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대선 역할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여권의 대표적 ‘책사’로 평가받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돌아왔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일등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수장을 맡아 인재 영입 작업과 선거 전략 수립을 사실상 총괄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자마자 총선 압승의 영광을 뒤로 하고 곧바로 당을 떠났다.

이후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잠행을 이어가던 양 전 원장은 지난 1월부터는 미국으로 건너가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최근 양 전 원장이 연구원 활동을 마치고 약 3개월만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 전 원장이 귀국하면서 그가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오는 6월 예비경선이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선 연기론’이 현실화 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는 내달 2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양 전 원장의 귀국은 더욱 더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이전인 지난해 후반기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해 정세균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광재‧김두관 민주당 의원 등 대권주자들을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대선을 겨냥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정치권에서는 양 전 원장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그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 전 원장이 지난해 이낙연 전 대표를 수차례 만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안했다는 얘기도 있다.

◇ ‘양정철 대선 역할’ 파급력 미미 분석도

일각에서는 양 전 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각별한 신뢰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그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판을 키우기 위해 제3후보 띄우기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른바 ‘13룡 등판론’도 ‘양정철발’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 전 원장이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를 앞두고 특정 주자를 밀어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가 그동안 ‘원팀’ 정신을 강조해왔다는 점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 전 원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당내 친문과 비문의 갈등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원팀’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이재명 지사, 김경수 경남지사와 회동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전해철‧도종환 등 친문 현역 의원 60여명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4.0 연구원’ 출범에도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9일 <시사위크>와 만나 “민주당의 대선 경선 경쟁구도가 아직 교통 정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하게 누구를 미는 움직임이 감지 된다면 당의 분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양 전 원장이 쉽사리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양 전 원장이 민주당 대선 경선보다는 대선 본선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양 전 원장이 여권의 대표적 전략통으로서 대선을 치르는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그러나 경선 과정보다는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된 다음 본선을 대비한 전략을 기획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이어 “양 전 원장이 각 대선주자들과 친분 관계가 있기 때문에 후보들과 소통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며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과 후보들을 안정적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 전 원장이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해도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내 친문 핵심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해체된 당내 친문계 의원 모임인 ‘부엉이모임’으로 활동했던 의원들을 다수(전해철·박범계·황희·권칠승) 장관으로 발탁했다. 일각에서는 양 전 원장이 여권 핵심 권력부에서 밀려났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 대선판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려고 나서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친문 의원 그룹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 전 원장의 역할이 크게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 전 원장이 어떤 역할을 하든 대선에 기여하든 이런 부분들은 철저하게 개인의 선택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며 “(대선에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그걸 지금 상황에서 과도하게 볼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윤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양 전 원장에 대한 견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친문 의원들이 대선 정국에서 양 전 원장에게 힘이 쏠리면서 주도권을 빼앗기는 상황을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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