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공식 은퇴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이번에도 코오롱그룹 기업집단 동일인에 지정됐다. /뉴시스
2018년 공식 은퇴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이번에도 코오롱그룹 기업집단 동일인에 지정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9일 대기업집단 지정결과를 발표하면서 각 대기업그룹의 ‘동일인’도 발표됐다. 김범석 쿠팡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 일부 대기업그룹의 동일인 변경 여부 등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쿠팡은 동일인 없는 대기업집단이 됐고, 현대자동차그룹과 효성그룹은 동일인이 변경됐다. 이런 가운데,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지점이 있다. 바로 코오롱그룹이다.

◇ 코오롱그룹 동일인 자리 지킨 이웅열 ‘왜?’

코오롱그룹은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결과에서 40위에 올랐다. 33위였던 지난해 대비 7계단 하락한 모습이다. 아울러 동일인으로는 이번에도 이웅열 명예회장이 그대로 이름을 올렸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2018년 11월 깜짝 은퇴를 발표한 뒤 코오롱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공식적으로 은퇴를 발표한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코오롱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 기준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경영일선에서의 활동 여부나 직함과 무관하게, 해당 대기업집단의 실질적 지배자가 누군지 판단한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공식적으로 은퇴해 코오롱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그룹 지주사 코오롱 지분 45.8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웅열 명예회장과 유사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GS그룹은 허창수 명예회장이 2019년 그룹 수장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고 동생인 허태수 회장이 이끌고 있지만 동일인은 여전히 허창수 명예회장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지 30년이 넘었지만 동일인은 정몽준 이사장이다. LS그룹의 동일인이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인 점, DL그룹의 동일인이 이준용 명예회장인 점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웅열 명예회장의 지속적인 동일인 지정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가 2018년 11월 깜짝 은퇴 발표 당시 금수저를 내려놓겠다며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걷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어느덧 3년이 지난 가운데, 여전히 동일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웅열 회장의 모습은 아직도 코오롱그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청년 이웅열’로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여전히 요원한 ‘청년 이웅열’

이는 비단 동일인 지정에 따른 것만이 아니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은퇴 후 새롭게 창업한 2개의 회사는 아직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립적인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2019년 12월 설립한 아르텍스튜디오의 경우 코오롱인터스트리와 사업분야가 겹칠 뿐 아니라, 백기훈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아르텍스튜디오는 설립 직후 코오롱그룹 계열사로 편입되기도 했다. 이는 이웅열 명예회장이 코오롱그룹 동일인이기 때문이지만, 실질적인 독립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코오롱그룹 동일인으로 지속 지정되는 핵심 이유인 코오롱 지분을 십분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9월과 12월 코오롱 지분을 담보로 총 320억원을 대출 받은 것이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이미 퇴직금으로 400억원 이상을 수령한 바 있다. 창업한 회사들의 규모를 감안하면, 대규모 자금의 용처에 물음표가 붙는다.

코오롱그룹 관련 재판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이른바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약사법 위반, 사기, 배임증재,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재판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월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웅열 명예회장은 당분간 코오롱그룹의 동일인으로 꾸준히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보유 지분이 워낙 공고한데다, 그를 대체할 인물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공식 은퇴한 뒤 장남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고속 승진을 이어가며 후계자 행보를 걷고 있지만, 지분은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에 현대자동차그룹과 효성그룹의 동일인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기존 동일인이 고령에 접어들고, 지분 위임 등의 조치를 취하자 실질적 지배자가 바뀌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 기준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공정위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코오롱그룹 측은 현재로선 동일인 지정 변경 신청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동일인 지정은 공정위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사안”이라며 “내부적으로 변경 신청 등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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