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세대로 불리는 ‘MZ세대’의 가상화폐(코인) 열풍이 뜨겁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MZ세대의 심정을 이해해보기 위해 직접 ‘코인판’에 뛰어들어 봤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20·30세대로 불리는 ‘MZ세대’의 가상화폐(코인) 열풍이 뜨겁다. 아니, 뜨거운 것을 넘어 거의 광풍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MZ세대가 모여 있는 커뮤니티라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가즈아!(‘가자’를 길게 늘려 발음한 것. 주로 투자 등에서 사용)”를 외치며 ‘코인판’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회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주요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규 가입자는 249만5,289명이다. 이 중 20대와 30대가 각각 81만6,039명, 76만8,775명으로 전체의 63.5%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코인 열풍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가상화폐 투자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데다 어떤 실체가 없는 것 같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심정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MZ세대의 심정을 이해해보기 위해 직접 ‘코인판’에 뛰어들어 봤다.

지난달 4월 21일 기자가 처음으로 투자를 시도한 가상화폐는 '도지코인'이다. 귀여운 시바견의 외모와 일론 머스크의 '약팔이'에 속아(?) 4만원 어치의 도지코인 100여개를 구매했다. 사진 속 강아지는 도지코인의 모델이 된 시바견인 ‘카보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코린이’의 첫 도전, 일론 머스크의 유혹에 ‘도지코인’을 구매하다

지난달 21일 기자는 가상화폐 투자를 해보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고팍스’에 가입했다. 단순한 체험이었기에 투자를 위한 초기 투자금은 4만원으로 시작했다. 일반적인 투자자들이라면 “겨우 4만원으로 무슨 투자를 해?”라고 비웃을 수도 있었겠지만 가상화폐는 처음으로 투자해보는 것이기에 조심스러웠다.

가상화폐에 투자하기 위해 거래소 앱(App)를 설치한 후 당당하게 접속했을 때 몰려오는 기분은 무엇을 사야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움’이었다. 가장 유명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부터 익숙한 이름의 ‘이더리움’ ‘리플’뿐만 아니라 수십개의 처음 보는 코인들이 나열돼 있었다. 

장시간의 고민 끝에 내린 구매한 첫 코인은 ‘도지코인(Doge coin)’이었다.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12월 IBM 출신 연구원인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만든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다. ‘도지’라는 이름은 온라인 상에서 인기가 많은 귀여운 시바견인 ‘카보스’에서 시작된 영미권의 인터넷 밈인 ‘시바 도지(Shibe doge)’에서 유래됐는데, 이름처럼 가상화폐 이미지에 시바견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도지코인의 인기가 급속도로 올라간 이유는 우리에게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대표로 잘 알려진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19년, 도지코인이 0.003달러(한화 3원)이던 시절 “도지코인이 마음에 든다”며 지속적 관심을 표했다.

이후 일론 머스크가 ‘아들에게 도지코인 채굴기를 선물했다’ ‘고래(큰 자본을 가지고 대량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이 도지코인을 판매한다면 나의 전폭적 지지를 받게 될 것’ 등의 발언을 지속하자 도지코인의 가격은 2021년 2월 기준 개당 500원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귀여운 코인의 모양, 일론 머스크의 유혹에 넘어간 기자는 4월 21일 기준 390.2원에 약 102개의 도지코인을 구입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하루 종일 도지코인의 시세와 차트를 지켜보는 일 뿐이었다. 

도지코인의 인기가 급속도로 올라간 이유는 세계적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의 영향이 매우 컸다. 일론머스크가 도지코인을 마음에 든다는 트위터를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도지코인은 지난 2월 기준 340원으로 초기 가격보다 100배 이상 폭등했다./ 사진=일론 머크스 테슬라 CEO 트위터

◇ “이득을 보긴 했는데”… 불안감과 초조함에 하루 종일 스마트폰 화면에 눈길

투자를 시작한 첫날, 놀랍게도 도지코인을 구매한 후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약 200원의 이익을 보고 있다는 실시간 알림이 떴다. 일반 투자자들에 비해 정말 적은 수익이었지만 기분이 묘하게 짜릿했다. 이것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약 30분의 시간이 흐를 때까지 도지코인의 시세는 390.8원, 391원 식으로 계속해서 올라갔다. 그때마다 수입 역시 200원에서 500원까지 급등했다. 문득 머릿속에서는 ‘큰돈을 넣었으면 많은 돈을 벌지 않았을까’하는 욕심이 슬금슬금 몰려왔다. 또, 과거 비트코인이 300원 정도였을 때 구매했다가 최근 수십억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떠올라 ‘혹시 나도?’하는 허무맹랑한 꿈도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런 달콤한 망상은 1시간도 안돼서 비누거품이 터지듯 사라졌다. 순식간에 도지코인의 시세가 393원에서 380원대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살펴보니 -800원이라는 글자가 떴다. 약 50분 동안 1,000원을 벌었는데 1,800원을 잃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에 불과했다.

약 열흘간 도지코인에 투자한 시간은 재미도 있었지만 동시에 불안감과 초조감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비록 4만원이 아주 큰 돈이라 볼 수는 없지만 ‘시세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저점일 때 투자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한시도 스마트폰을 눈에서 떼기 힘들었다./ 사진=박설미 기자

코인판에 발을 들인 첫날,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1시간 만에 사라진 후 다음 투자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금이었지만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도지코인의 매수·매도를 반복했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선 하루종일 차트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어느샌가 식사 때도, 운동을 할 때도, 길을 걷거나 대중교통에 탑승했을 때도, 시간만 생기면 스마트폰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앱을 실행하고 있었다.

나름 신중한 투자를 지속한 결과, 흔히 말하는 ‘단타 투자(주식 등을 짧게 하루에 여러 번씩 사고파는 행위.)’로 4만원의 원금을 7만원대까지 불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원금이 커질수록 욕심과 불안감도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작은 단순한 체험으로 했으나, 갈수록 도박에 빠져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기자는 이달 2일, 가상화폐 거래소 앱 삭제와 원금 회수를 끝으로 가상화폐 체험을 마무리 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도지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투자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변동성이 큰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변동성 큰 코인 투자, 매력적이지만 위험성도 ‘多’

직접 약 열흘간 코인 판을 체험해본 결과, 가상화폐 투자는 변동성이 큰 만큼 위험부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였다. 금융권 전문가들이 주식 투자조차 위험한 경우가 있어 투자에 주의를 요하곤 하는데 그보다 몇 배 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기자가 열흘의 체험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투자한 도지코인의 경우,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나 발언이 나올 때마다 급등, 급락을 반복했다. 2021년 4월 22일 200원대 중반까지 급락했던 도지코인은 같은 달 28일 일론 머스크가 “오는 5월 8일에 SNL(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에 ‘도지아빠’가 출연한다”는 트위터를 올린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5월 1일엔 무려 48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도지코인의 경우,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한 줄에도 폭등하거나 폭락할만큼 변동성이 컸다. 지난달 28일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오는 5월 8일에 SNL에 ‘도지아빠’가 출연한다”고 올린 말 한마디에 도지코인의 가격은 300원대에서 480원까지 급등했다./ 사진=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트위터

다만 가상화폐투자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위험성은 존재하지만 20·30세대가 빠져들 만한 매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됐다. 일반적인 주식보다 작은 초기 투자금으로 투자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 마감시간, 주말 등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금액 변동도 커서 정말 운이 좋으면 ‘대박’을 단시간 내에 낼 수 있었다.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20·30세대가 가상화폐 투자에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젊은 세대가 직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한다 해도 근로소득만으로 부자는커녕 풍요로운 생활을 유지하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에서도 최근 발간한 ‘2021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34세 미혼자들은 본인의 소득 수준을 평균 이하이며 저축도 힘들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권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투자는 변동성이 큰 만큼 큰 자금의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하나금융투자 전규연 선임연구원은 지난 1월 발간한 ‘비트코인은 금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까’보고서에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가 점차 금융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 거래량과 선물 미결제약정 규모가 늘어나며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고, 기관 투자자들도 서서히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전통 자산들에 비해서는 변동성이 높은 편이기에 부를 저장하거나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되기 어렵다”며 “따라서 현재 비트코인은 미래 투자 가치가 충분히 매력적인 자산이지만, 성숙도 측면에서 아직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는 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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