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한 지인의 입을 통해 듣게 된 이야기다.

내용은 이렇다. 같이 일을 하던 20대 동료 직원 중 한 명이 갑자기 무단 결근을 했다고 한다. 팀장은 그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인지 물어보자 “코인으로 10억을 벌었다. 이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쥐꼬리만큼 봉급을 주는 회사는 다니기 싫다”고 한 뒤 끊어버렸다고 한다.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꿈꾸고 있는 대기업 합격증조차 가상화폐 투자로 번 목돈 앞에 종잇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는 현 20·30세대가 노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꾸준히 좋은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단 한 번의 ‘대박’을 통해 목돈을 손에 쥐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가상화폐 거래시장엔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20·30세대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20·30세대인 ‘MZ세대’의 이런 ‘코인 광풍’ 현상에 대해 소위 ‘윗세대 어른들’로 불리는 세대들은 우려를 표한다. 정확한 실체가 없고 변동성도 너무 높아 위험도 큰 코인 투자에 과몰입하는 젊은 세대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20·30세대는 가상화폐 투자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어른들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들의 눈에 40~50대 어른들의 지적은 ‘너희들은 노오력이 부족하다’같은 말처럼 이미 성공한 자들의 ‘꼰대짓’에 불과한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비트코인에 대해 ‘인정할 수 없는 화폐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발언하자, 20·30세대는 “마지막 사다리까지 차버리는 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어른 세대에게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는 20·30세대의 ‘코인판 입수’를 결코 비난할 수만은 없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취업난과, 설사 힘들게 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근로소득, 그에 비해 과중한 업무량, 폭등하기만 하는 집값 등 사회초년생인 이들 앞에 놓여진 길은 가시밭길 뿐이다. 이 같은 험난한 길 앞에서 20·30세대에게 가상화폐 투자는 적은 돈으로도 단시간 내에 목돈을 벌 수 있는, 물질적 성공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오아시스’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막을 헤매는 수많은 방랑자들은 오아시스의 신기루를 좇다 길을 잃곤 한다. 설령 오아시스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소금기가 가득한 물을 마시다 더 큰 갈증으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20·30세대가 찾고 있는 ‘코인투자’가 과연 성공이라는 타는 듯한 갈증을 해소시켜줄 ‘오아시스’인지, 아니면 점점 더 큰 갈증을 불러일으키다 이들을 파멸로 이끌 소금물 웅덩이나 신기루는 아닐지 신중하게 고민해서 결정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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