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2년여전 건강상 문제로 6개월 동안 술을 마시지 못한 적이 있다. 당시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캔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던 새내기 기자에게 ‘타의적 금주’는 지옥과도 같았다.

‘그럼 알코올이 없는 무알콜 맥주를 마시지 그랬느냐’고 할 수 있다. 그때 당시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무알콜 맥주를 판매했었지만, 지금처럼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을 뿐더러 소비자들이 제품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이랬던 무알콜 맥주가 최근 들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홈술’ ‘홈파티’ 문화와 함께 건강을 중요시 여기는 트렌드가 확산한 영향이다. 주류업체들도 무알콜 맥주 제품을 속속 선보이며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 지난해 논알콜 맥주 시장 규모 200억원… 5년 내 2,000억원 규모 성장 전망

업계에 따르면 국내 논알콜(무알콜·비알콜 포함) 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81억원에서 2019년 153억원으로, 5년 동안 2배가량 늘었다. 지난해는 2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으며, 향후 5년 내에 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무알콜 맥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실제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무알콜 맥주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월(3월) 대비 2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마트24의 무알콜 맥주 매출도 3월보다 25.4% 신장했다.

기자는 현재까지도 ‘알코올 없는 술은 술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무알콜 맥주 제품 4종을 직접 마셔보고 비교해보기로 했다. 과거 무알콜 맥주로라도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지 못한 아쉬움도 조금 담았다.

왼쪽부터 △오비맥주 ‘카스0.0(카스제로)’ △하이트진로음료 ‘하이트제로0.00(하이트제로)’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칭따오 ‘칭따오 논알콜릭’ 제품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왼쪽부터 △오비맥주 ‘카스0.0(카스제로)’ △하이트진로음료 ‘하이트제로0.00(하이트제로)’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칭따오 ‘칭따오 논알콜릭’ 제품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기자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사다)’한 제품은 △하이트진로음료 ‘하이트제로0.00(하이트제로)’ △오비맥주 ‘카스0.0(카스제로)’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칭따오 ‘칭따오 논알콜릭’이다. 시작에 앞서 기자는 평소에 음주를 즐기는 입장에서 무알콜 맥주에 대한 느낀 점을 풀어 쓴 것이니 가볍게 참고만 하길 바란다.

우선 4개 제품의 가격·용량을 비교해보자. 가격(대형마트 기준)은 각각 △하이트제로 1,180원 △카스제로 1,180원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1,080원 △칭따오 논알콜릭 1,280원으로 한 캔당 1,000원~1,200원대다. 용량은 하이트제로·카스제로가 355ml로 가장 많았고,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350ml), 칭따오 논알콜릭(330ml) 순으로 양이 적어졌다.

각각 잔에 따라보니 내용물에서도 색상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의도치 않게 식탁에 놓여 있는 것처럼 △카스제로 △하이트제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칭따오 논알콜릭 순서대로 색상이 밝아졌다. 구체적으로 카스제로·하이트제로가 짙은 갈색에 가깝다면,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칭따오 논알콜릭은 밝은 노란색에 가까워 보인다.

잔에 따르고 난 뒤 거품이 유지되는 시간도 달랐다. 카스제로·하이트제로·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거품이 생각보다 빨리 없어진 반면 칭따오 논알콜릭은 오래동안 하얀 거품이 유지됐다. 다만 기자가 혼자 한 캔씩 잔에 따른 뒤 사진을 촬영했기 때문에 시간차에 따른 차이는 있을 수 있다.

◇ ‘탄산’ 즐긴다면 ‘하이트제로’… 알코올 맛 싫다면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제격

드디어 4개 제품을 직접 마셔봤다. 일단 ‘청량감’ 면에서 탄산이 가장 많이 느껴진 제품은 하이트제로였고, 카스제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칭따오 논알콜릭 순으로 적어졌다. 하이트제로는 극강의 탄산을 자랑하며 목구멍을 시원하게 긁었고, 칭따오 논알콜릭은 거품이 오래 유지되는 것에 비해 탄산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향’ 면에서는 카스제로·칭따오 논알콜릭에서는 비교적 알코올 향이 강하게 났고, 하이트제로·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에서는 달달한 보리향이 나는듯 했다. 하지만 ‘맛’ 면에서는 향과 달리 4개 제품 모두 기존 알코올이 함유돼 있는 맥주 제품의 맛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왼쪽부터 △오비맥주 ‘카스0.0(카스제로)’ △하이트진로음료 ‘하이트제로0.00(하이트제로)’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칭따오 ‘칭따오 논알콜릭’ 제품을 잔에 따른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왼쪽부터 △오비맥주 ‘카스0.0(카스제로)’ △하이트진로음료 ‘하이트제로0.00(하이트제로)’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칭따오 ‘칭따오 논알콜릭’ 제품을 잔에 따른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내용을 종합하면, 평소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무알콜 맥주를 마실 경우에 탄산을 좋아한다면 하이트제로, 그렇지 않다면 카스제로를 추천한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탄산을 좋아할 경우에도 하이트제로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추천한다. 기자의 경우 카스제로가 입맛에 제일 잘 맞았다. 물론 ‘사바사(사람 by 사람)’이니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다만 술을 마시고 싶지만 마실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임산부나 환자 등의 경우라면 무알콜 맥주를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다 같은 무알콜 맥주라고 해서 알코올이 아예 없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주세법에 따르면 ‘알코올 함량 1% 이상의 음료’를 ‘주류’로 정의한다. 이에 따라 ‘알코올 함량 1% 미만의 음료’일 경우 ‘비(非)알콜’에 해당되며, 이 안에서 알코올이 전혀(0%) 없는 ‘무(無)알콜’과 1% 미만의 극소량이라도 알코올이 함유된 비알콜로 나뉜다.

즉 알코올 함량이 0.05%인 카스제로·칭타오 논알콜릭은 비알콜 맥주, 알코올 함량이 0.00%인 하이트제로·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무알콜 맥주로 구분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알코올을 아예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무알콜’ 맥주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제품 패키지만 보고는 비알콜인지, 무알콜인지 바로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해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꿀팁’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제품 패키지에 0.0이라고만 써있으면 비알콜 맥주, 0.00까지 써있으면 무알콜 맥주”라며 “만약 0.05%의 극소량이라도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패키지를 보고 구분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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