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서 올 들어 두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에서 올 들어 두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연이은 사망사고로 특별 근로감독까지 받았던 현대중공업에서 올 들어 두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대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살인기업 잔혹사’가 끝없이 반복되며 희생자만 쌓이는 모습이다. 특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 번지르르한 대책들은 어디로?

현대중공업에서 또 다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 오전이다. ‘퍽’ 소리가 난 뒤 40대 근로자 A씨가 건조 중이던 선박 탱크 내부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작업 중 이동하다 10m 이상 높이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며,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장비는 착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그는 하청업체 구조에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놓여있는 소위 ‘물량팀’ 소속이었다. 

즉, 산업현장에서 가장 많이 희생되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인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의 사망사고가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일주일 새 3명이 사망하는 등 10명 이상의 산재 사망자를 낳으면서 노동·시민단체로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안전 강화에 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대적인 대책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망사고는 계속됐다. 지난해에는 일주일 새 같은 유형의 사고로 2명이 연이어 숨지는 등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고용노동부로부터 특별 근로감독을 받았고, 향후 3년간 3,000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안전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심지어 조선사업부문 대표를 맡고 있던 하수 전 부사장이 물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도 지난 2월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석 달여 만에 다시 비극이 반복됐다. 앞선 사망사고 및 관련 대책을 무색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사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한편,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아울러 경찰 및 정부 관계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 및 안전문제를 면밀히 조사한 뒤 그에 따른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또 다시 사망사고 잔혹사를 이어간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모습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더욱 불안한 시선을 받고 있다. 매번 대대적인 안전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산재 사망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이러한 행보가 지속될 경우, 현대중공업은 최고위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막대한 벌금 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사실,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내놓은 각종 안전관리 대책은 흠잡을 데 없이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아주 기본적인 유형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대대적인 대책 및 조치들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노조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6년에도 유사한 작업에서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회사가 개선조치를 내놓고 똑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웠음에도 똑같은 원인으로 산재사망사고가 반복돼 발생했다“며 ”현대중공업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물량팀’의 구조적 문제에 근본적인 사고 원인이 있다고 꼬집었다.

한 노동계 관계자 역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대중공업의 모습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왜 필요한지, 더 강력하고 실질적인 처벌이 왜 이뤄져야 하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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