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셜홀에서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주최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국정비전을 설명하고 있다./뉴시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셜홀에서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주최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국정비전을 설명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가 사실상 막이 오르면서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이낙연 전 대표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돌입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궁지에 몰렸었다. 이 전 대표가 당대표로서 공천 작업을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재보선 참패에 대해 책임지는 차원에서 대선에 불출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었다. 또 본선 경쟁력에 대해 의문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분출됐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이 같은 시선을 뒤로하고 대선 조직을 출범시키고 대선 비전을 제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공약 준비를 위한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공식 출범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연대와 공생’은 학계·전문가·전직 고위공직자 등으로 꾸려졌다.

이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제시한 정책 구상인 ‘신복지 체제’를 추진하기 위한 지지 조직인  ‘신복지 포럼’ 창립총회도 지난 8일과 9일 광주와 부산에서 각각 열렸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국가 비전을 담은 슬로건으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제시했다. 이는 이 전 대표의 정책 구상인 ‘신복지 체제’ 목표와도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이 전 대표는 ‘신복지 광주포럼’ 창립총회에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당면한 국가 비전으로 삼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나라가 국민 개개인의 삶을 지켜드려야 한다는 것이 신복지”라고 역설했다.

◇ 이낙연, 지지율 회복 자신감 배경
 
이 전 대표가 대선 조직을 정비하고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지만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4·15 총선 직후 지지율 40%대를 넘나들었지만 지금은 일부 조사에서 10%대 미만으로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25%)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22%)이 선두권을 형성했다. 이 전 대표는 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각에서는 그동안 ‘사이다 발언’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이재명 지사에 비해 이 전 대표가 지나치게 신중한 언행으로 일관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었다.

이 전 대표는 10일 CBS 라디오에서 자신의 신중한 언행에 대해 “책임감을 생각한다면 매번 시원시원 할 수만은 없다. 단지 행정을 할 때는 그럴 수도 있다”며 “정치, 특히 국회를 무대로 하는 정치는 그러기가 참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윤석열 양강구도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변화의 여지가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이렇게 본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인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는 ‘포지티브 차별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포지티브 차별화’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계승·발전시키면서도 부족한 부분은 일정 정도 수정·보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당내 이낙연계 의원 20여명과 만나 대권주자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문재인 정부에서 절반 이상을 2인자를 했는데 다른 소리 하는 것은 사기다. 배신할 수 없다”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이와 관련해 “정책의 기조나 철학은 제가 2년 7개월 이상을 함께 했는데 아니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입장에서 수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건 거짓말”이라며 “정책이라는 것은 시대의 산물이니까 시대에 따라서 요구되는 것은 정책으로 반영돼야 되고 그런 점에서의 변화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제가 포지티브 차별화는 필요하다, 이런 말씀을 한 이유가 그런 것”이라며 “많은 정책들의 반성과 보강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가 ‘포지티브 차별화’ 전략을 선택한 것은 친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또 이 전 대표가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완전한 차별화 전략은 자기 부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나름 ‘이낙연표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무리수를 두지 않고 신뢰와 의리 정치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 초기에 국정을 책임졌던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고 차별화를 한다면 자기 부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이 전 대표의 ‘포지티브 차별화’ 전략에는 당내 경선에서 여전히 친문 표심이 중요하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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