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백신 보급이 빨라지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언택트(비대면) 사회’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꾸준히 유지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세계 각국에서 백신 접종자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현재 대세로 자리 잡은 ‘언택트(비대면) 사회’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꾸준히 유지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지금의 언택트 사회 기조는 줄어들어 다시 오프라인 중심의 일상이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한 번 바뀐 사회의 패러다임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연 코로나19가 정말로 종식된다면 현재의 비대면 사회는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될까.

◇ 코로나19가 끝나도 ‘언택트’는 계속된다

IT분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오프라인 경제활동 및 근무활동이 회복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언택트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보진 않고 있다. 오히려 언택트 사회에 이미 들어섰고 IT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언택트 기술이 다양한 근무 환경 및 산업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코로나 이후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현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언택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ETRI 경제사회연구실 연구원들은 “코로나19 대응과 이로 인한 사회·경제·정치적 구조변화과정에서 개인, 기업, 국가 간 순위가 새롭게 매겨지고 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질서는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굳어진다는데 있고, 세계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는 분명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좋은 위기’일 수 있는데, 기존 사회가 가진 ‘메가트렌드(어떤 현상이 단순히 한 영역의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거시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했기 때문”이라며 “메가트렌드의 불확실성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속되거나 둔화되기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언택트 사회에 이미 들어섰고 IT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언택트 기술이 다양한 근무 환경 및 산업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사진=Getty images

특히 ETRI연구원들은 코로나19 충격이 몰고 온 언택트 사회는 단순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접촉 포비아(공포증)’현상을 더해 경제 활동의 거리, 일과 노동 방식의 거리, 누군가와의 만남과 관계에서 새로운 거리를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화상회의 앱(App) 제작사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에서 12일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일반인 및 근무자들 역시 코로나19 이후에도 화상회의 등 언택트 근무가 지속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10개국 7,6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당 설문에서 일상활동의 다양한 영역이 업무에 화상회의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약 65%가 일과 삶의 균형과 유연성 향상을 위해 대면과 비대면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을 원한다고 답했다. 

ETRI연구원은 “지금까지 디지털 기술로 인한 일자리와 노동환경의 변화는 단순·반복적인 업무와 저숙련 노동자 대체가 특징이었으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비대면·비접촉 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된 로봇은 지식노동자의 일자리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임시적 조치로 도입된 원격근무와 재택근무 등 일하는 방식의 원격화는 향후 일상의 근무 형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어 “코로나 이후 원격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를 중심으로 노동계급이 재편될 것이라 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며 “결과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원격화는 AI 발전에 따른 지식노동의 무인화·알고리즘화와 맞물려 일자리와 노동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TRI는 비대면·비접촉 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된 로봇이  일자리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사진=시사위크DB

◇ 가상현실·온택트까지… 포스트 코로나의 ‘언택트 사회’의 모습은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택트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STEPI Outlook 2021’보고서에 최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신산업전략연구단장이 기고한 글에 따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택트 사회는 몇가지 주요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신산업전략연구단장의 설명에 따르면 첫 번째 변화는 ‘온라인화(化)를 넘어 가상공간으로 확장’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온라인 쇼핑시장의 성장을 유도했다면 앞으로는 가상쇼핑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배송 받는 등 가상-물리 공간이 융합된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가 더욱 파격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온라인화의 가속화와 더불어 언택트 사회의 다음 단계인 ‘온택트(Ontact)’ 사회로까지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Getty images

두 번째 ‘온택트(Ontact)’ 사회의 가속화다. 온택트란 온라인과 언택트의 합성어로 기존의 언택트가 단순히 대면 없이 구매와 소비가 이뤄지는 것을 의미했다면 온택트는 대면을 최소화해 거의 대부분의 소통을 온라인상에서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온택트는 디지털 사회로 옮겨가고 있음을 말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최종화 연구단장은 “원격화 방향 측면에서는 원격파티 등의 사례와 같이 물리적 비접촉을 지향하지만 소외되지 않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은 언제나 연결되는 온택트로 강화되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 블루’와 같은 현상이 상호단절된 상황 속에서 소외감과 우울감을 증폭시키며 반작용의 하나로 나타난 것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변화는 ‘도시의 저밀평탄화(밀도는 낮아지고 넓어지는 것)’다. 재택근무, 원격교육 등이 일상화되면서 집안의 체류시간이 늘어나고 공간활용의 목적성이 다변화되면서 이에 필요한 환경을 갖추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경우 도시 외곽으로 넓은 평수를 선택하는 국민들이 증가되면서 도시는 보다 저밀 평탄화된 환경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최종화 연구단장은 “그동안 우리가 가진 경제사회시스템은 고착화됐는데, 이 상황을 기회로 연결시키기 위해 새로운 혁신의 방법을 시도해야만 한다”며 “새로운 방식의 혁신을 불러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업은 ‘미래비전’을 설계하는 것이고, 우리사회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명확히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수용된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미래’를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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