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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모델.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지프는 도심보다 산이나 바다, 계곡 같은 장소가 더 잘 어울리는 개성 넘치는 자동차 브랜드다. 기술력도 남다르다. 타 브랜드 차량들이 가지 못하는 험로도 지프 차량은 거침없이 달려 나간다. 이러한 매력은 최근 급증하는 차박·캠핑족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말하고 싶다.

◇ ‘가장 지프다운 모델’ 지프 랭글러 루비콘

지프코리아(FCA코리아)는 최근 강원도 양양에서 ‘지프 캠프 2021’을 개최해 자사 차량들의 성능과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지프 캠프는 67년의 역사를 지닌 오프로드 축제다. 매년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지프 어드벤처, 지프 잼버리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개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04년 동북아시아 지역 최초로 개최된 이래 올해로 15회째를 맞았다.

지프 캠프 2021은 지프 웨이브 멤버십에 가입된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진행한 후 지난 10일 미디어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 간 시승차량으로는 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모델을 배정 받았다.

지프 캠프 2021에서는 웨이브 파크, 비치 드라이빙, 마운틴 트레일 등 오프로드 체험을 위주로 진행됐다. 웨이브 파크는 지프코리아가 해변에 마련한 오프로드 코스다. 앞서 지난 3월 지프 80주년을 기념해 서울 성수동에서 개최한 ‘드라이브-스루 이벤트’보다 규모가 더 크고 다양한 난코스를 설치해 지프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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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루비콘 랭글러 2도어 모델의 루프를 분리하면 남다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 과거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랭글러 루비콘

이날 시승차량인 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는 가장 지프다운 모델로 평가되며, 지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차량이다.

먼저 랭글러 루비콘 2도어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외관 및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관은 아주 단조로우면서, 타 자동차 브랜드들과는 다른 멋을 가졌다. 특히 지프 차량 중에서도 랭글러 루비콘 2도어는 디자인의 변화가 가장 적은 모델로 볼 수 있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디자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개발돼 이용된 ‘윌리스’ 모델과 흡사한 부분이 다수 존재한다. 차량 외형 느낌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진 디자인은 지프만의 아이덴티티다.

특히 현재 생산 중인 랭글러를 1980년대 지프 랭글러 YJ 모델이나 1990년대 TJ 모델과 함께 놓고 보더라도 비슷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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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는 외관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필요한 기능만 탑재해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 제갈민 기자

이러한 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는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짧은 차체와 높은 최저지상고는 진입각과 탈출각을 높게 해 어떠한 경사로와 바위길도 주행이 가능하다. 짧은 차체 덕분에 회전반경이 좁아 장애물이 많은 숲길 등을 주행하기에도 적합하다.

뿐만 아니라 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는 ‘트레일 레이티드’ 배지를 부여받았다. 트레일 레이티드 배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험로 루비콘 트레일 테스트를 통과한 지프 차량에만 한정적으로 주어지는 영예다. 루비콘 트레일은 바위 언덕과 숲으로 구성돼 있는 협곡이다. 즉, 랭글러 루비콘 2도어는 울퉁불퉁한 바위길과 미끄러운 험로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힘과 속도를 발휘하고 고르지 못한 지형에서도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는 차량으로 오프로드 성능이 검증된 셈이다.

◇ 루비콘 트레일도 합격한 랭글러, 웨이브 파크·한국 산길은 놀이터

이러한 랭글러 루비콘에게 한국의 산길이나 인조 장애물을 설치한 웨이브 파크는 놀이터에 불과하다.

지프 웨이브 파크는 울퉁불퉁한 노면과 27°에 달하는 경사로, 좌로 25° 가량 기울어진 사면로, 바위길, 바위계단, 모래구간, 머드구간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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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파크 사면로 구간을 주행 중인 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모델. / 제갈민 기자

일반적인 차량이라면 27°에 달하는 경사로를 오르기는커녕 진입조차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하늘을 보고 오르는 경사로를 편안하게 올랐다. 이어지는 사면로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차량이 전복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랭글러 루비콘은 끄떡없었다. 왼쪽으로 25°가 기울어진 코스에서 중간에 정차를 했음에도 차량은 중심을 잘 잡았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바위길에서도 랭글러 루비콘은 바위를 밟아 누르면서 전진했고, 계단도 거침없이 올랐다. 해변의 고운 모래가 쌓인 구간도 지프는 평지를 달리는 것처럼 부드럽게 나아갔다. 마지막 코스인 진흙구간은 랭글러 루비콘 전용 코스로, 일반 차량이라면 바퀴의 접지력을 잃고 나아가지 못하는 코스다. 하지만 랭글러 루비콘에게 이러한 험로는 머드풀에 불과하다.

◇ 다양한 기능과 개선된 승차감은 상품성 높여

지프 랭글러 루비콘이 험로를 무난하게 주행할 수 있는 이유로는 다양한 오프로드 전용 기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지프는 먼저 2륜구동 및 4륜구동을 조작할 수 있으며, 4륜구동 주행모드는 4륜 오토·4륜 파트타임·4륜 저속(L·로우)로 세분화 돼 있다. 일반 공도에서는 2륜 또는 4륜 오토를 설정해 주행하면 된다. 2륜과 4륜 오토, 4륜 파트타임 조작은 주행 중에도 가능하다.

4륜 저속 기어는 정차 후 중립(N)에서 별도로 설정을 해야 한다. 4륜 저속 기어를 체결하면 급경사에서 기어비를 스스로 제어해 속도를 일정수준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해준다. 이와 비슷한 기능으로는 ‘내리막길 주행 제어장치(HDC·힐 디센트 컨트롤)’가 있는데, 이 역시 기본 탑재돼 있다. 어떠한 경사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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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 루비콘 실내 센터페시아 및 기어 노브. 다양한 기능을 탑재해 오프로드 성능을 극대화 했다. / 제갈민 기자

또한 노면이 고르지 않은 오프로드 지형에서는 바퀴의 좌우를 연결해주는 ‘스웨이바(SWAY-BAR)’를 분리하는 것이 유리한데, 랭글러 루비콘 역시 이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스웨이바를 분리하면 좌우 바퀴의 상하 움직임이 더욱 자유로워진다. 이를 미국에서는 플랙스(FLEX) 또는 휠트래블이라고 부르는데, 지프 차량의 오프로드 성능이 좋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덕분에 어떠한 노면에서도 최대의 접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어진 공도 및 산길 주행에서는 생각 이상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프로드 타이어를 장착한 랭글러 루비콘임에도 부드럽고 유연한 주행성능을 발휘했으며, 서스펜션도 부드러워 탑승자에게 전해지는 충격이 크지 않았다.

실내에서 독특한 점으로는 창문을 올리고 내리는 레버가 도어 부분에 설치된 것이 아닌 센터페시아 중앙 하단에 위치해 있는 점이다. 이는 랭글러 루비콘 차량의 특성 때문이다. 랭글러는 좌우 도어와 루프를 탈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어 부분에 전자장비는 최소화해 좌우 사이드미러 조작 버튼만 설치했다.

루프를 분리한 채 공도 주행을 하며 음악을 들으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랭글러 루비콘에 탑재된 사운드시스템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나다. 별도의 오디오 튜닝은 거치지 않았다. 기본기가 탄탄한 오디오다. 음질도 선명하고 음향도 풍부하다.

이러한 장점과 달리 단점도 존재한다.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모델은 실내 공간이 협소해 2인승으로만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2도어 모델의 2열은 짐칸으로 이용하면 적절해 보인다. 지프의 매력을 느끼면서도 실용성을 추구한다면 랭글러 루비콘 4도어 모델을 고려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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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 루비콘 2도어 후측면. /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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