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반려견을 기른지 막 10개월차에 접어든 요즘 고민이 참 많다. 반려견이 지정된 공간에 대·소변을 보지 않는 것, 외부 소음에 ‘왕왕’ 짖는 것 등 문제 행동을 어떻게 교정할 지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반려견이 아픈 것’이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소위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단과 치료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없는 탓에, 동물 보호자는 진료 항목과 비용 등을 병원 방문 전에 알기 어렵다. 또 병원마다 진료 정도 및 비용이 달라 지출 비용을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일례로, 최근 기자의 반려견이 머리끈을 삼킨 적이 있다. 반려견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밥도 먹고 활발했다. 구토나 대변으로 배출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장폐색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인근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먼저 A동물병원에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구토유발제를 쓰면 된다”며 “비용은 11만원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반면 B동물병원에서는 반려견의 활력·식사 여부 등을 먼저 물은 뒤 “활력이 좋고 밥도 먹었다면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정 걱정되면 내원해 엑스레이(X-ray)를 찍어보라”고 했다. 이후 동물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촬영한 뒤 머리끈 위치를 확인했고 “곧 대변으로 나올 것 같다”는 결과를 들었다. 진료비는 약 4만원이었다. 같은 상황에서 7만원가량의 비용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이 사례처럼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불만과 문제제기를 해온 동물 보호자들은 실제로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동물병원 피해사례(988건)에 대해 분석한 결과, 진료비 관련이 41.3%(408건)를 차지했다. 진료비 관련 피해에는 △과다청구 △과잉진료 △진료비 사전미고지 △가격 관련 등이 해당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꽤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의한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동물 진료에 관한 동물 소유자(보호자) 등의 알권리와 진료 선택권 보장을 위해 수술 등 중대 진료에 대한 설명과 동의 등이다.

이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수의사는 수술 등 중대 진료를 하는 경우 동물 소유자에게 △진단명 △진료의 필요성 △후유증 등의 사항을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동물병원 개설자는 주요 진료항목에 대한 진료비용을 동물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고지하고, 고지한 금액을 초과해 진료비용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까지 난항이 예상돼 동물 보호자들은 속이 탄다. 지난 12일 대한수의사회는 개정안과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진료항목 표준화 등 아무 준비 없이 동물 의료 민원만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동물병원 규제만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의사회에 따르면 동물의료 분야는 현재 어떤 기준도 없는 상황으로, 동물 보호자에게 혼란 없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진료항목·프로토콜의 표준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당초 입법 예고된 개정안과 달리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동물 진료의 분류체계 표준화’라는 불분명한 개념으로 수정돼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변화’를 시도하기 전 ‘순서’가 있어야 하는 건 백번 맞다. 갑작스럽게 바뀌는 법으로 인해 관련 종사자 및 동물 보호자들이 겪게 되는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보다 먼저 수행해야할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관련 종사자 및 동물 보호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고,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개정안을 조율해 본회의를 무사히 넘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위하는 것이 ‘반려동물의 행복한 삶’이 맞다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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