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 3종 연출컷. /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 3종 연출컷. /롯데칠성음료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최근 ‘돈쭐내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돈’과 ‘혼쭐내다’의 합성어로, 돈으로 혼쭐을 내주겠다는 뜻이다. 원래 의미와는 달리, 정의로운 일 등을 함으로써 타의 귀감이 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자는 역설적 의미로 사용된다.

◇ MZ세대 중심 ‘미닝아웃’ 소비 성행… 무라벨 생수 판매량↑

소비자들의 돈쭐 문화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MZ세대는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유통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미닝아웃’ 소비를 지향한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의미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을 결합한 신조어로, 자신의 신념을 소비로 표현하는 행동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무라벨’ 생수를 제조, 선보이는 유통업체들이 대표적인 ‘돈쭐내 줄’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라벨 생수는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제품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무라벨 생수를 선보인 업체는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1.5L)’를 출시했고, 6월에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중적인 생수 용량인 500mL, 2L 제품을 추가로 선보였다. 아이시스 ECO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1,010만개가 판매되며 소비자들로부터 돈쭐이 났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친환경 소비를 돕기 위해 지난 2월 출시한 ‘무라벨 투명 PB(Private Brand, 자체브랜드) 생수’의 반응도 뜨거웠다. CU가 무라벨 생수를 출시한 이후 한 달(2월 25일~3월 30일)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78.2%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생수 전체 매출이 20.4%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약 3.8배 높은 신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라벨이 있는 500mL 동일 용량의 기존 NB상품(National Brand,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들의 매출 신장률을 보더라도 A생수 14.6%, B생수 25.0%, C생수 29.3%에 그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무라벨 생수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온라인 커뮤니티, 쇼핑 플랫폼 후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무라벨 생수 너무 좋다” “라벨 따로 안 떼도 되니 굉장히 편리하네요” “무라벨 생수 만든 업체 칭찬합니다~ 앞으로 라벨 없는 제품만 사야겠어요” 등 호평이 가득하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 대형마트 등을 비롯한 유통업체와 생수업체가 무라벨 생수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라벨을 없앰으로써 환경보호와 미닝아웃 소비 트렌드를 겨냥하려는 움직임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1월 무라벨 PB생수 ‘초이스엘 세이브워터 ECO’를 출시했다. 특히 해당 상품은 판매 금액의 10%를 국내외 아동을 위해 기부하는 착한 소비가 가능하다.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 내에 PB생수 전 품목을 무라벨 생수로 전환할 계획이다.

GS리테일은 GS25와 GS THE FRESH, GS프레시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PB생수 중 가장 판매가 높은 2L 상품 중 ‘유어스DMZ맑은샘물 번들(6입)’을 지난 2월 중순부터 무라벨로 출시했다. 이마트24도 PB생수 ‘하루이리터 2L’ 6입 번들 제품의 라벨을 4월 말부터 없앴다.

생수업체에서는 하이트진로음료가 무라벨 용기를 적용한 먹는샘풀 ‘석수’ 2L 6입팩을 지난달 27일 출시했다. 또 농심은 이달부터 무라벨 ‘백산수(2L, 500mL)’ 판매를 시작하고, 연말까지 백산수 전체 판매 물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마트24 관계자는 “무라벨 생수를 통해 라벨을 떼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분리배출의 편의성을 높이고, 폐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상품을 지속 선보여 ESG 경영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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