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중앙은행 주도하에 진행되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사업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블록체인 자회사를 통해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하며 입지를 넓혀온 만큼 어떤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네이버와 카카오가 중앙은행 주도 하에 진행되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사업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블록체인 자회사를 통해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하며 입지를 넓혀온 만큼 어떤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블록체인 기술을 놓고 국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시장 공략에 나선다. 국내에서 시장이 형성되기 전 입지 선점과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 관련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사업인 만큼 네이버와 카카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 중앙은행 주도 사업… “다양한 사업 확장 기회”

18일 IT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라인플러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CBDC 모의실험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로 법정화폐와 일대일 교환이 보장된다. 기존 은행 계좌와 연동하지 않고도 개인이 전자지갑을 발급받아 개인간 거래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한은은 지난해 자체적으로 디지털화폐 연구팀을 구성, CBDC 연구를 시작했다. CBDC 설계, 구현기술 등을 검토하고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컨설팅 등 CBDC 연구추진 1~2단계를 마무리하고 CBDC가 통용되는 가상환경을 구축하는 시범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모의실험에서는 가상환경에서 CBDC의 효용과 안정성 등을 테스트하고 △디지털화폐 제조 △발행 △유통 △환수 △폐기 등 CBDC 생애주기별 모든 처리 업무와 송금, 대금결제 등 서비스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한은은 이달 중으로 CBDC 모의실험 사업을 위해 당행 또는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에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네이버는 라인이 한은에서 연구 목적으로 진행했던 CBDC 파일럿시스템 컨설팅 용역사업에도 참여한 경험도 있어 컨소시엄을 형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금융, 결제 등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도 필요해 라인플러스와 함께 하기로 했다”며 “라인플러스의 블록체인 기술과 경쟁력,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 서비스 경험과 노하우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카카오도 참여한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는 지난달 CBDC 모의시험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이더리움 블록체인 인프라 개발사 ‘컨센시스’와 협업을 추진, 클레이튼 블록체인 성능 향상을 위한 개발에 나섰다. 

컨센시스도 라인과 같이 CBDC 관련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개발사로 최근에는 이더리움과 호환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쿼럼을 활용해 싱가포르, 호주, 태국 등 주요국가 중앙은행의 CBDC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단일 사업자 형태보다는 컨소시엄 형태를 이뤄 참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양사가 블록체인 가술 관련 사업을 전개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카카오는 그라운드X를 통해 가상화폐를 개발하고 전방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 및 확장하며 입지를 넓혀왔다. 

업계에서는 네이버나 카카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술 및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높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실질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사업은 국내외 시장에서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어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예상하고 있다. 각 국의 중앙은행 주도하에 진행하는 사업 경험을 발판삼은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기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CBDC 사업에 참여해 다양한 포트폴리오, 사업 등을 구상할 수도 있다고도 업계는 설명한다. 현재 중국, 스웨덴 등 여러 국가가 CBDC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글로벌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DCEP) 도입을 검토해왔고 지난 4월에는 가상 환경을 조성해 파일럿 테스트도 마쳤다. 

이 외에도 미 연방준비제도,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도 CBDC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거나 기술 실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모의실험도 시작하지 못한 국가들이 있고 CBDC 사업 전개 의지가 있는 국가들도 적지 않은 만큼 사업 합류를 위한 경험과 노하우를 확대하기 위한 행보에도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플랫폼이 열리고 있고 지금까지 각 IT 기업들이 축적해 온 기술을 구현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전세계적으로 CBDC에 관심이 높고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가 올 것이기 때문에 이번 CBDC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고 앞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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