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두고 복잡한 속내다. 당 안팎에선 홍 의원의 입당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공공연히 나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둘러싼 복잡한 기류가 새어 나오고 있다. 직설적인 발언으로 강경 이미지가 굳어진 홍 의원의 복당이 야권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인물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홍 의원의 복당을 마냥 반대할 수만은 없다보니 고심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초선 당권 주자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홍준표 의원님이 목청을 조금 낮추시고,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 의견을 경청하면서 함께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복당을 막을 수 없지만, 당장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발언은 당내 홍 의원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홍 의원의 복당은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복당을 공식 선언한 이후 국민의힘 서울시당에서 홍 의원의 복당을 만장일치로 결의했지만, 이를 전달받은 당 지도부가 빠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탓이다. 

정치권에선 비대위의 반대가 홍 의원의 복당을 막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비대위 내에선 “충심을 지키는 유일한 길은 복당하지 않는 것”, “틈만 나면 비집고 올라와 해악을 끼치는 연탄가스 같은 정치인”이라는 맹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비대위원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7일 회의에서 “홍 의원님의 최근 언행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중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했다.

미적지근한 반응은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당초 홍 의원의 복당에 긍정적인 기류를 내비쳤던 그는 복당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급할 것 없다는 분위기다.

당연히 홍 의원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복당 청문회’까지 언급하며 간곡한 의지를 표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사욕(私慾)에 젖어 반복하고 있다”며 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비대위 내에서 홍 의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당 안팎에선 빠른 시일 내에 복당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

◇ 힘 실리는 전당대회 후 복당

정치권에선 사실상 그의 복당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비대위 체제에서는 복당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인 장진영 변호사는 지난 18일 한 라디오에서 “지금 비대위 구성원들은 김 전 비대위원장하고 같이 했던 식구들”이라며 “김 전 위원장 의사가 확고했기 때문에 빨리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우려에는 윤석열 전 총장 등 야권 후보들의 입당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강성 보수 이미지인 홍 의원의 입당이 중도 색채인 이들을 끌어들이는데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 ′홍 의원의 복당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영입을 막는다′는 취지의 말들이 오가는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국민의당도 홍 의원 입당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보내면서 문제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당장 전당대회 이후 합당 논의가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은희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1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홍 의원의 복당이 변화와 합당이란 하나의 같은 흐름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조금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합당에 앞서 국민의힘이 ‘제3지대’를 맞이할 준비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홍 의원의 복당은 사실상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권 주자들을 비롯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홍 의원의 복당에 찬성하는 기류가 강한 데다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총장을 제외하곤 대선 주자 ‘인물난’에 시달리는 것도 홍 의원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선 내달 11일 전당대회 후 복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영입은 물론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도 얽혀있는 만큼, 새 지도부에게 결정권을 주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대선 주자들과 함께 들어오는 ‘동반 입당론’에도 불을 지폈다. 정진석‧성일종 의원이 대표적이다. 다만, 사실상 야권 주자들의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이 확실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조건을 건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실제 정치를 할지 아니면 제3정당을 만들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홍 의원의 입당은) 전당대회 이후 당 대표가 결정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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