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에 도전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나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컴퓨터와 씨름하던 나를 사람들과 씨름하는 곳으로 끌어내 준 그분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그가 지칭한 ‘그분’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분석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21일 페이스북에 “2021년은 정말 책 읽고 코딩하면서 평화롭게 쉬고 싶었는데, 사실 27살 이후로 한 해가 계획대로 돌아가는 일이 거의 없으니 익숙하기만 하다”며 “생각해 보면 다 나를 이 판에 끌어들인 그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 이력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1년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시절 이 전 최고위원을 비대위원으로 발탁했다. 정치권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언급한 ′그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로 인해 ‘박근혜 키즈’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는 누구보다 박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유승민 전 의원이 중심인 바른정당, 새로운보수당 등에 합류하며 이같은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다시 박 전 대통령을 거론한 데는 사실상 당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론조사 등을 통해 ‘민심’의 척도는 확인했지만, ‘당심’에서는 불안한 상황인 탓이다. 당장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층을 잡지 못할 경우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최고위원이 직접 ‘대구’로 향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다음주 대구에 2주간 머물며 표심 잡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적 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 당권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한편, 이 전 최고위원은 전날(20일) 여의도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경종을 울릴 용기가 없었던 비겁자들”이라며 “다시는 진실과 정론을 버리지 않을 것이고 비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 여성, 호남 할당제를 하겠다는 공약에 여의도에 익숙하지 못한 어떤 보편적 청년과 여성, 호남 출신 인사의 가슴이 뛰겠나”라며 “오히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널리 경쟁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실력만 있으면 어떤 차별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정함으로 모두의 가슴을 뛰게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정치를 하면서 승부 의식이 생기는 지점은 내가 세운 가설을 내 손으로 마지막까지 검증해보고 싶을 때”라며 “당의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할당제를 없애는 방법으로 오히려 남녀노소간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 수 있고 고급 인재를 담을 수 있다는 이 가설은 머릿속에서는 수차례 돌아간 사고실험이지만 현실에서 완결하려면 당 대표 권한이 절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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