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차기 당권주자 여론조사 1위를 한 가운데, 나경원 전 의원이 특정 계파의 지원설을 꺼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된 국민의힘 내에서 ‘계파 정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진 주자들이 ‘친(親)유승민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들이 힘을 받자 이를 견제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나경원 전 의원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정한 경선 관리가 중요하다”며 “외부 후보들이 정말 마음 놓고 들어올 수 있는 당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 계파들이 당을 점령하고 있다든지 이럴 경우 실질적으로 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파 논리가 당을 어느 정도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나 전 의원은 ‘지금 그런 게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완전히 자유롭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당내에서 그동안 친이, 친박 그다음에 김무성계, 유승민계 이런 식의 계파 변화가 있었다”며 “이 계파로 인해 우리 당의 당력이 낮아졌다는 생각을 한다”고 우려했다.

최근 당권 경쟁 국면에서 이러한 ‘계파’에 대한 언급이 심심찮게 새어 나오고 있다. 당권에 도전한 조경태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저는 어떤 특정한 계파에 소속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로서 대통령 선거에서 지방선거까지 공천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선 당권 주자인 김은혜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는 계파가 없다”며 계파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들었다.

이들이 특정 계파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유승민계’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당 내에서도 유승민계 인사들의 계파성을 언급하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새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친이·친박계파 보다) 굳이 따져 보면 유승민계가 계파로서 성격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국민의힘 계파에 대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 전대 돌풍에 ‘집중 견제’ 대상

돌풍의 주인공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웅 의원 등은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김 의원의 경우 새로운보수당 시절 유 전 의원의 1호 영입인사였고, 이 전 최고위원은 바른정당-바른미래당-새보수당 등에서 함께했다.

이들은 그간 당의 여러 국면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김웅 의원은 초선 중 가장 먼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초선 기수론’에 불을 지폈다. 이어 그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에 반대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유승민계 의원 일부가 반대를 하고 나선다”, “뻐꾸기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이들을 향한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최고위원이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자 사실상 집중 견제구를 받는 모양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0.1%를 기록하며 나 전 의원(17.4%)을 제치고 1위를 지켰다.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의 의뢰로 PNR이 같은 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26.8%)은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이 1위를 기록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다만, 이들은 이같은 계파 논리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당권 경쟁에서 일종의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앞서 출마 선언에서 “본인들이 계파로 살아왔기에 모든 걸 계파로 이해하려는 것”이라며 “굳이 계파라 한다면 국민 계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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