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 함께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이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두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미중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측으로 기우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중국이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이 언급된 것을 두고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미중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가 중국의 예민한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중국의 반발에도 한중갈등 촉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공동성명을 근거로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보였던 한국이 무게 중심을 미국 쪽으로 이동시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데, 한미 공동성명서에 처음으로 언급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미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의 ‘쿼드’(미·일·호주·인도 4자 협의체)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했다. 쿼드 가입에 대한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문구다. 그간 한국 정부는 쿼드 가입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지 않았다. 또 800km로 사거리를 제한해왔던 미사일지침도 폐기했다. 이 경우 중국 본토가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오므로, 중국으로서는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 한중 갈등 가능성?… 청와대 “중국도 한국 이해”

이같은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4일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 내정”이라며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쿼드에 대해서도 “중국은 관련 국가가 타국을 겨냥하는 쿼드, 인도태평양 전략 등 배타적 소집단을 만드는 것을 시종 반대한다. 이런 행동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출구도 없다”고 발끈했다. 

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에 대해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것에 대해 우리가 가만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우리 군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사라지면 베이징 등 중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다. 만일 한국이 중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개발하면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한국 외교의 무게추가 미국으로 기울면서 한중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한중 갈등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5일 “우리 정부는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다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매우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내용만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 역시 전날 “중국에 관해선 평소에도 많은 소통의 기회를 갖고 있다”며 “중국 측의 입장은 외교부 대변인 발표 등을 통해 공개가 되고 있지만, 중국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이 미국을 거론하며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한국에는 절제된 형식의 반발을 보이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싱하이밍 대사는 “지금 미국은 모든 힘을 동원해서 중국을 억압·탄압하고 있다”고 했지만, 한국을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지난달 16일 미일 공동성명 발표 당시 중국 정부가 중국 주재 미국·일본 대사를 불러 항의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중국이 한국을 견제하기 보다는 견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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