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기술이 발전하면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용도에 한정하지 않고 종합적인 자율 사고와 학습, 판단이 가능해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초거대 AI 기술의 발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SF영화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데이비드는 비록 인간에 반하는 ‘악역’으로 등장했지만 노래를 작곡하고, 사랑을 느끼는 듯 상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았던 ‘인간에 가까운’ 인공지능(AI)가 머지않아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을지도 모르겠다. IT업계와 과학계에서는 일반 AI의 시대를 넘은 다음 세대의 인공지능 ‘초거대 AI (Hyperscale AI)’를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AI ‘알파고’가 등장한 후 5년 만에 말이다.

영화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안드로이드 데이비드는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어 노래를 작곡하고, 자유를 갈망해 인간을 제거하기까지 한다. 이런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생각하는' AI가 머지않아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사진=영화 에일리언 커버넌트 스틸컷, 네이버 영화

◇ 초거대 AI, ‘인간의 뇌’처럼 생각 한다

먼저 초거대 AI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초거대 AI란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용도에 한정하지 않고 종합적인 자율 사고와 학습, 판단이 가능한  AI를 말한다. 

과거 구글에서 개발한 알파고나 삼성SDS에서 개발한 SAIDA 등의 AI가 바둑, 스타크래프트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라면, 초거대 AI는 마치 인간의 뇌와 유사하게 종합적인 부문을 학습해 판단할 수 있는 AI라 볼 수 있다. 인간이 여러 직종에 종사할 수 있는 것처럼 초거대 AI를 활용하면 다양한 서비스, 산업 분야 등에서 AI가 활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기대 받는다. 

특히 단순 특화 작업에 익숙했던 기존 AI에 비해 ‘창작’ 영역에서 훨씬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이 초거대 AI다.  초거대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작품의 차이를 확인해보면 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테슬라 CEO 일론머스크가 샘 알트만과 함께 공동 설립한 AI개발 기업 오픈AI에서 제작한 영화 '변호사(solicitors)'. 영화에는 해당 부분부터 AI가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사진=유튜브 캡처

실제로 테슬라 CEO 일론머스크가 샘 알트만과 함께 공동 설립한 AI개발 기업 오픈AI에서 만든 초거대 AI ‘GPT-3’가 작성한 영화의 시나리오는 나름 자연스러운 전개를 보여준다. GPT-3의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어 또는 구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 장면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매개변수란 입력값을 바탕으로 원하는 출력값을 얻기 위해 인공지능이 찾아내야 하는 변수를 말한다.

물론 이 시나리오 역시 갑자기 여주인공이 마약밀매상이었다는 등 개연성에서 상당히 어색함이 묻어나긴 한다. 하지만 IT분야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는 평을 하고 있다. AI가 유치하고 이상하긴 하지만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AI가 작성한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 나름 괜찮은 전개가 되는 듯 했지만 갑자기 여주인공이 자신이 마약 밀매상이라며 총을 꺼내는 장면은 다소 어색함이 묻어 나왔다./ 사진=유튜브 캡처

GPT-3의 개발자인 샘 알트만 역시 “GPT-3은 너무 과대평가됐다. 여러 칭찬은 감사하지만, 여전히 약점이 있고 이상한 실수를 하기도 한다”며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지만 GPT-3가 그 첫 발을 내딛은 것뿐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알아낼 게 많기 때문이다”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초거대 AI가 향후 사회 및 산업 분야 전반에 미칠 기대감도 엄청나기에 글로벌 기업들은 서둘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높이는 추세다. 

구글의 경우엔 지난 19일 ‘구글I/O 2021’ 행사에서 언어, 문맥, 감정 표현 등을 이해해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AI ‘람다(LaMDA)’를 공개한 바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1조개의 매개 변수를 사용하는 모델을 학습할 수 있는 AI 오픈소스 ‘딥스피드(Deep speed)’의 새 버전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초거대 AI기술이 발전한다면 현재 가벼운 농담정도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위 사진이 현실이 될지도 모를 듯하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초거대 AI기술이 발전한다면 현재 가벼운 농담정도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위 사진이 현실이 될지도 모를 듯하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초거대 AI개발에 나서는 韓기업들… GPT-3 넘는다
 
이 같은 해외 IT기업들에 맞서 우리나라 대표 IT기업들 역시 초거대 AI기술 확보에 매진하는 상황이다. 이 중 한발 앞서간다고 평가할 수 있는 기업은 네이버와 LG그룹이라고 볼 수 있겠다.

먼저 네이버의 경우 25일 국내 기업 최초로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다. 세계 최대 한국어 언어모델 AI는 하이퍼클로바 네이버에서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 최초로 700 페타플롭(PF)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며,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인프라를 갖췄다. 하이퍼클로바는 일론머스크의 오픈AI가 개발한 GPT-3의 용량인 175B를 넘는 204B(2,040억개) 파라미터 매개변수를 해석할 수 있는 규모로 개발됐다. 

네이버는 국내 기업 최초로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는 일론머스크의 오픈AI가 개발한 GPT-3의 용량인 175B를 넘는 204B(2,040억개) 파라미터 매개변수를 해석할 수 있는 규모로 개발됐다./ 네이버

정석근 네이버 CLOVA CIC 대표는 키노트에서 “글로벌 기술 대기업들은 대형 AI 모델이 가져올 파괴적 혁신에 대한 기대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한국의 AI 기술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공개된 기술을 활용하고 따라잡는 수준에 그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LG그룹의 경우엔 자사의 AI전담조직인 LG AI연구원에서 향후 3년간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 및 개발할 수 있도록 1억달러(한화 1,117억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기반으로 LG AI연구원은 1초에 9경5,700조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슈퍼 AI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목표다. 또한 GPT-3가 보유한 1,750억개 파라미터의 3배를 넘어선 6,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초거대 AI를 올 하반기에 공개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국내 AI산업계를 이끌고 있는 이동통신사들 역시 초거대 AI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KT의 경우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함께 대덕2연구센터에 ‘AI·SW 기술 연구소’를 공동 설립하고 연내 공식 출범 시킬 계획이다. KT는 교수와 연구원, KT 직원 등 약 200명이 상주할 수 있는 R&D 공간 마련과 전용 GPU 서버팜 구축 등 연구 인프라 지원에도 나선다. 

SK텔레콤의 경우엔 지난 3월 이미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카카오와 손을 잡은 상태다. 양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초거대 AI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인프라, 데이터, 언어모델 등 전 영역에서 이뤄지며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투자 및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