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이 계파 논란으로 소란스러운 상황이다. 당권 주자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비방전까지 벌이는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계파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당권 주자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신진 세력을 견제하며 촉발된 이같은 논란이 '주호영 의원을 지원하자'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실체 여부와는 관계없이 당내에서는 이러한 논란 자체가 전당대회 분위기를 망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웅 의원 등 유승민계 주자들을 겨냥해 계파설을 띄운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도 ‘특정 계파’를 언급하며 이들을 저격했다. 그는 “특정 계파에 속해 있거나 특정 주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당 대표라면 국민의힘은 모든 대선주자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란이 식기도 전에 또 다른 계파 주장이 터져 나왔다. ‘아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국민통합연대는 당 대표 후보에 주호영 의원을, 최고위원 후보에는 조해진‧배현진 의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다는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의 중앙집행위원장이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증폭됐다. 이 상임고문과 주 의원 등 당사자들은 일제히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계파 정치’와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이 당권 주자들 간 신경전을 막지는 못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장 이 보도를 공유하며 “여기저기서 막판에 계파주의에 몰두하는 것 같다”며 “저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후보들이 ‘이것이 척결해야 할 구태다’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도 나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계파 정치 주장은 흉가에서 유령을 봤다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건이 알려지자 “더 이상 계파정치는 없다고 역설했으나 정작 계파정치는 따로 있었다”고 맹비난했다.

당내에서는 계파 논란이 커지는 데 대해 전당대회의 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시스

◇ 전당대회 ′악영향′ 우려

당내 계파의 실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친이계‧친박계 등 과거 계파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계파 정치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박근혜 정권이 끝나고, 문재인 정권 임기가 4년이 지나는 동안에 친이계가 몇이나 남아있는가”라며 “문건 등을 언급하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전당대회가 과열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둘러싼 비방전이 전당대회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당대회의 분위기가 ‘변화’ ‘혁신’을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태 정치’의 모습이 오히려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권 주자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모처럼 국민의힘에 찾아온 국민적 관심, 변화의 바람을 ‘내편, 네편’ 편가르기로 걷어찰 생각인가”라며 “우리가 그토록 비판하는 민주당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영 의원도 “철지난 계파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은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지는 변화와 혁신의 전당대회에 특정 계파 프레임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계파논쟁 자체가 계파의 잔재”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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