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범 인베니아 사장과 구동진 부사장의 개인회사인 디디고가 최근 뚜렷한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동범 인베니아 사장과 구동진 부사장의 개인회사인 디디고가 최근 뚜렷한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LIG그룹 3세 구동범 인베니아 사장과 구동진 인베니아 부사장 형제의 개인회사 ‘디디고’가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 속에서도 연 매출 800억원대까지 성장했던 곳이 불과 몇 년 새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며 다시 베일에 가려지게 됐다. 구동범·구동진 형제의 쏠쏠한 현금창구 역할을 했던 곳인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다시 베일에 가려진 디디고… 재기 성공할까

디디고는 범 LG가(家) 3세이자 LIG그룹 2세인 구동범 사장·구동진 부사장이 각각 지분 50%씩 보유 중인 비상장 개인회사다. 두 사람은 현재 인베니아의 공동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 사장 및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MRO(전략구매관리) 사업을 영위하는 디디고는 앞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은 바 있다. LIG그룹 계열사는 물론, LG그룹과 GS그룹 등 같은 뿌리를 지닌 곳과의 거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디디고는 특히 구동범·구동진 형제가 이끄는 인베니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는데, 인베니아 역시 방계기업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디디고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특히 2017년엔 연매출 824억원을 달성했다. 아울러 2017년부터 외부감사 대상기업에 포함되면서 감사보고서 공시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실체가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디디고는 지난해부터 다시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공시됐던 감사보고서가 지난해에는 돌연 자취를 감춘 것이다. 외부감사 대상기업에서 제외된 것인데, 이는 자산규모 등 외형이 축소된 데다 관련법이 개정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7년 193억원이었던 디디고의 자산총액은 2019년 55억원으로 급감했다. 실적 역시 2017년 824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8년 398억원, 2019년 159억원으로 뚜렷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디디고의 이러한 몰락은 인베니아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무관하지 않다. 디디고가 2017년 인베니아와 인베니아브이(2019년 10월 인베니아에 합병)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597억원에 달했지만, 2018년엔 219억원, 2019년엔 51억원으로 뚝뚝 떨어졌다. 

외부감사 대상기업에서 제외되면서 디디고의 지난해 실적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인베니아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디디고의 실적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인베니아는 지난해 디디고로부터 38억원 규모의 매입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2019년보다 소폭 감소한 수치다. 인베니아와의 거래가 디디고의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지난해 실적은 2019년보다 더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디디고가 이대로 무너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동범·구동진 형제에게 있어 디디고의 존재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디디고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약 10억원을 배당했고, 이는 고스란히 구동범·구동진 형제에게 향했다. 구동범 사장이 지난해 인베니아에서 받은 연봉이 5억7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꽤나 요긴한 수익 창구 역할을 한 셈이다.

또한 디디고는 인베니아 지분 2%를 보유하고 있다. 구동범·구동진 형제가 확보하고 있는 인베니아 지분이 30%에 미치지 않는 가운데,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디디고는 구동범·구동진 형제가 2017년 부친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으로부터 인베니아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받을 당시 장내매수를 통해 인베니아 지분 2%를 확보하며 힘을 보탠 바 있다. 

따라서 구동범·구동진 형제에게 있어 디디고의 재기 여부는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디디고와 인베니아의 거래규모는 올해 들어 또 한 번 눈길을 끌고 있다. 인베니아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디디고로부터의 매입거래 규모가 2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1분기부터 지난해 연간 거래규모의 절반을 넘긴 것이다. 이러한 거래 추세가 남은 기간에도 지속된다면 디디고는 올해 실적 반등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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