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회고록 성격의 책을 내달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야당에서는 “몰염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회고록 성격의 책을 내달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야당에서는 “몰염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그림자가 다시 더불어민주당을 덮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지난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19년 장관 지명 이후 벌어진 사태를 정리한 회고록 성격의 책을 다음 달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또다시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야당은 조 전 장관을 비판하면서 여권까지 싸잡아 공격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황규환 상근부대변인 구두 논평을 내고 “끝까지 반성은 없고 죄송하다 말하지 않으며 되레 당당히 출판까지 하는 몰염치와 국민 기만은 이 정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장관은 민주당의 최대 아킬레스건 중에 하나다. ‘조국 사태’는 여권의 ‘내로남불’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조 전 장관 문제는 당내 갈등을 일으키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일부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재보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사태’를 꼽았다가 강성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배은망덕하다'는 비난과 함께 문자 폭탄을 받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 문제는 대선주자들에게도 난감한 문제다. 중도층 민심을 잡으려면 '조국 사태'에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하지만 친문 지지층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대선주자는 조국 전 장관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조국 사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의 대담집 ‘이낙연의 약속’에서 “논문의 제1저자 등재나 특정계층 학생만이 ‘부모 찬스’를 이용해 인턴을 하는 조건은 입시제도 자체가 불공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전 장관 딸의 입시 비리 논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28일 KBS 라디오에서 “그런 것이 아니다”며 “조국 전 장관이 등장하기 훨씬 전 이명박 정부 시대 제도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또 페이스북에 회고록을 출간하는 조 전 장관에 대해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쓰기도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 소식을 알리며 “조국의 시련은 촛불개혁의 시작인 검찰개혁이 결코 중단돼서는 안됨을 일깨우는 촛불시민 개혁사(史)”라며 친문 표심을 공략했다.

◇ 민주당, 대선 앞두고 ‘조국 사태’ 털고 갈까

민주당 지도부에게도 조국 전 장관 문제는 골칫거리다. 지난 25일 송영길 대표와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도 ‘조국 사태’에 대한 쓴소리가 터져나왔다.

20대 유모씨는 “이번 재보선의 주요 패배 원인 중 하나로 2030 청년들의 들끓는 분노가 있었다”며 “그 속엔 당의 비전·가치·공정·정의를 본질부터 배신한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에게 조국 사태를 비롯한 여러 내로남불 사태를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지, 새로 재건할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본질과 규정면에서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나갈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송 대표는 묵묵히 들은 뒤 “가장 아픈 점이고, 날카로운 비판이다. 우리 당이 지금까지 조국, 오거돈, 박원순 문제부터 내로남불 부동산 문제, ‘피해 호소인’ 논란에 대해 한 번도 명쾌하게 (잘못이) 무엇이었다고 (밝힌 바 없다)”며 “그냥 무조건 반성하고 죄송했다고 하면 국민들께선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게 분명히 제시돼야 민주당을 볼 것”이라며 “(국민의 의견들을 듣고) 전체를 종합해 국민에게 정리한 것을 발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25일부터 시작해 내달 1일까지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송영길 대표는 내달 1일 민심 경청 결과를 대국민보고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대국민보고에 ‘조국 사태’도 포함시킬 것인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중도층을 공략하려면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민주당이나 여권 대선후보들도 조국 전 장관과 완전히 절연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여전히 조국을 수호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여권은 계속 조국 전 장관에게 끌려다니게 될 것”이라며 “조국 전 장관이 대선을 앞두고 중간중간 한마디씩 하게 되면 야당에서는 ‘내로남불’을 또다시 거론하며 공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는 민주당이 처한 상황에 대한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낙연 전 대표의 조국 전 장관 관련 행보에 대해 “갈피를 못 잡는 이낙연 전 총리의 심정이 아마 조국 책 출간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입장일 것”이라며 “하루 전에 ‘1저자와 인턴입시 자체가 불공정’이라며 조국을 비판했던 이 전 총리가 조국의 책출간에 대해서는 가슴 아프다는 소회를 밝힌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그러면서 “조국 자체가 애물단지가 된 셈”이라며 “손절해야는데 억울하다고 징징대니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민주당”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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