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은 31일 한미미사일지침 종료에 대해 비판 성명을 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북한은 3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미사일지침이 종료된 것을 두고 “미국과 남조선당국이 저들이 추구하는 침략야망을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의 자위적인 국가방위력강화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 소리가 없게 됐다”고 했다. 이는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북측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반응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 명의 기사를 통해 한미미사일지침 종료 발표를 언급하며 “이는 남조선이 최대 800㎞로 한정된 사거리제한에서 벗어나 우리 공화국전역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수 있게 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 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미 수차에 걸쳐 미사일지침의 개정을 승인하여 탄두중량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제한문턱까지 없애도록 한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사일지침의 종료는 조선반도에서 정세격화를 몰아오는 장본인이 과연 누구인가를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우리의 자위적조치들을 한사코 유엔결의 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한 미사일개발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 바로 미국”이라며 “이것은 미국이 매달리고 있는 대 조선 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인 동시에 파렴치한 이중적인 행태를 스스로 드러내는 산 증거”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금 많은 나라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 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유연성이니 하는 대 조선 정책 기조들이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남조선의 미사일 족쇄를 풀어준 목적은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비경쟁을 더욱 조장하여 우리의 발전을 저해하려는데 있다”며 “이와 함께 남조선을 군사적으로 더욱 바싹 그러쥐고 미사일사거리를 늘여주는 대가로 우리 주변나라들을 겨냥한 중거리미사일배비를 합법적으로 실현해 보려는 것이 미국의 속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비대칭적인 불균형을 조성하여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려고 하는 것은 정전상태에 있는 조선반도의 첨예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더욱 야기시키는 심중한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너머에 있는 미국”이라며 “남조선을 내세워 패권주의적 목적을 실현해보려는 미국의 타산은 제손으로 제눈을 찌르는 어리석은 행위로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며 “우리는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며 조선반도의 정세격화는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이 기회에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종료사실을 전한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지역 나라들 조준경 안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민 남조선 당국자 행동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은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미국이 떠드는 유엔 결의 위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우리 코앞에서 벌어지는 엄중한 도발행위들에 응당한 주목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이 대외적인 반응을 낸 것은 처음이다. 다만 대남 비난 담화를 주로 냈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외교를 담당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의 담화가 아닌 것을 감안하면, 당국의 명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회담이 끝난 지 9일이나 지나 입장을 내놓은 점도 해석의 여지를 낳고 있다. 이에 북한이 대미관계를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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