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9일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관람을 위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을 방문해 관람객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달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9일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관람을 위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을 방문해 관람객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달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 사이에서 ‘친조국’ 메시지 경쟁이 벌어졌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침묵을 지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 소식을 알리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앞다퉈 조 전 장관 위로 메시지를 냈다. 이는 대선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 지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고, 정세균 전 총리도 “가슴이 아린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의 시련은 촛불개혁의 시작인 검찰개혁이 결코 중단돼서는 안됨을 일깨우는 촛불시민 개혁사(史)”라고 주장했다.

대선주자들이 이 같이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내자 야당에서는 ‘조비어천가’라고 비아냥거렸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침묵을 지키자 야당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조국 전 장관의 저서를 두고 여권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위로와 공감의 말씀을 내놓고 있다”며 “국민은 눈에 안보이고 ‘머리가 깨져도 조국’을 외치는 강성 지지자만 보고 정치하겠다는 것 같다”고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대선 주자들이 모여 조국 저서를 놓고 ‘우리 시대의 공정이란 무엇인가’의 화두와 진지하게 씨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부자들에게도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게 공정’이라며 혼자만의 페이지만 들이대시는 이재명 지사께서도 이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공정에 대한 대선주자의 시각을 밝히셨으면 한다”고 압박했다.

이 지사가 조국 전 장관 문제에 대해 전혀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지사는 ‘조국 인사청문회 정국’으로 뜨겁던 지난 2019년 8월 30일 SNS를 통해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은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에 가깝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지사는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로 올라선 이후에는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는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거리두기’를 하며 정책 행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연말에 ‘추미애-윤석열 정국’에서도 “무엇을 지키려는 검란인가”라며 검찰 개혁의 정당성을 설파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여야 논쟁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재난지원금, 기본주택 등 정책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며 숨고르기를 했다.

◇ ‘조국 거리두기’는 본선 겨냥 행보?

여권에게 조국 전 장관 문제는 ‘양날의 칼’과도 같다. 조국 전 장관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여권의 ‘내로남불’ ‘불공정’의 상징처럼 돼버린 상황이다. 조 전 장관 문제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면 중도층 표심은 얻을 수 있지만 강성 친문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고 친문 표심을 의식해 조 전 장관 옹호에 나섰다가는 중도층 표심이 달아날 수도 있다.

강성 친문 지지층 사이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한 ‘비토’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 지사도 친문 지지층의 표심을 겨냥한다면 ‘친조국’ 경쟁에 합류하는 것이 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지사가 특별한 반응을 내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은 친문 지지층의 표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중도층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31일 야당 일각에서 조국 전 장관 문제에 대해 이 지사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 “그런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활용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지사가 자기 견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는 그걸(친조국 메시지) 통해서 당 내에서 강한 의견을 표명하는 당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도 있는 것이고, 반대로 그것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지사는 의견 표명을 안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가 조국 전 장관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경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재명 지사 입장에서는 집토끼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려면 산토끼도 중요하다”며 “본선을 겨냥해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경선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볼 수 있다”며 “충분히 경선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해서 친문표를 잡으려고 하지 않고 신중한 행보로 가는 게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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