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이 결정되면서 내부가 술러이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남양유업이 뒤숭숭하다. 오너인 홍원식 전 회장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매각키로 하면서, 회사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내부 직원들은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 닥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 오너 떠나고 사모펀드 대주주로… 구조조정 칼바람 부나 

남양유업은 지난달 27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51.68%) 등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 전체(53.08%)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측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대금은 3,107억원이다. 한앤컴퍼니는 8월 말 이전까지 주식거래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남양유업은 창립 57년 만에 창업주 일가가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대주주 체제를 맞게 됐다. 홍 전 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보내는 고별 서신에서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고심 끝에 저의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표했다. 

남양유업은 1964년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한 국내 대표적인 유가공·식품 기업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려오던 곳이었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회사의 신인도에 타격을 입기 시작한 후,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엔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자사 유산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홍 전 회장은 지난달 초 사과문을 발표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경영권 매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새 주인이 될 한앤컴퍼니는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남양유업의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양유업의 경영권 매각 소식이 전해진 후, 주식시장에선 남양유업의 주가가 이틀간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경영정상화와 오너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갑작스런 변화에 남양유업 내부 임직원들은 혼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사모펀드가 새로운 대주주로 등극함에 따라 내부에선 고용 불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모양새다. 

사모펀드는 인수합병시장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경영효율화를 꾀해 기업 가치를 단기간에 높인 후 되팔아 고수익을 실현하는 특성을 보여왔다. 이러한 경영효율화 과정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경우도 많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한 후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 및 비용 절감을 시행해 기업가치를 키워 인수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재매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수도 축소된 것으로 알려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양유업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책이 실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를 통해선 이 같은 걱정 섞인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업계에서도 남양유업의 최근 실적이 좋지 못한 상황인 만큼, 고강도 구조조정이 실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측에서 현재까지 고용승계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태다.

한편 남양유업은 매각 발표가 있기 전날인 26일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남양유업은 이날 기획마케팅·영업본부, 전산보안팀을 총괄하는 수석본부장 직제를 신설했다. 신임 수석본부장엔 김승언 전 기획마케팅본부장이 선임됐다. 한앤컴퍼니는 향후 남양유업에 집행임원제도를 도입, 이사회 감독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내부적인 혼란을 잠재우고 지배구조 및 체질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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