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여성 부사관 성폭력 사건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공군의 여성 부사관 성폭력 사건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공군의 여성 부사관 성폭력 사건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28만여명의 동의를 받아 답변 요건을 채웠다. 청와대는 청원 글이 올라온 지 한 달 이내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답변을 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2일 오전 11시 20분 기준 28만6435명의 동의 서명을 받았다.

청원인은 “공군부대 내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조직내 은폐, 회유, 압박 등으로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하늘나라로 떠난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며 “제 딸은 왜 자신의 죽음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남기고 떠났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타 부대로 전속한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최고 지휘관과 말단 간부까지 성폭력 피해자인 제 딸에게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인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정식절차라는 핑계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한 책임자 모두를 조사해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청원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들을 향해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은 채 발생되고 있고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피해자가 더 힘들고 괴로워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도 처참하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은 저희 가족과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저희 딸의 억울함을 풀고 장례를 치러 편히 안식할 수 있게 간곡히 호소하니 도와달라”고 했다.

해당 청원에 언급된 일은 충남 서산 20전투비행단 소속 A중사가 남성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다. 유족들은 부대에서 분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상관들의 조직적인 회유가 있었고 심지어 부사관인 남자친구까지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A중사는 전출을 요청해 지난달 13일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옮겼지만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중사는 숨지기 전날인 21일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중사는 사망 전 마지막 모습까지 촬영해 남겼으며, 휴대 전화에서는 ‘나의 몸이 더렵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 등의 메모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에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전우애와 군 기강 확립이 중요한 군 조직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강력 질타했다. 

김 총리는 서 장관에게 "이번 사건의 전말과 함게 사건 은폐·회유·합의 시도 등 조직적인 2차 가해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며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와 함께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군 조직의 성폭력·성희롱 사건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책을 마련하라 했다. 

서 장관은 김 총리 지시 이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군사법원법 제38조(국방부장관의 군검찰사무 지휘·감독)에 따라 사건을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사안에 대해서는 매우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가해자를 비롯해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을 군 당국에 요청한다”며 “저희 당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 국방위, 법사위, 여성가족위를 열어서 이 문제를 철저하게 다뤄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이 자리에서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해줄 것을 군에 촉구한다”고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같은날 구두논평으로 “지난해 4월 육군 상병이 여성 중대장을 야전삽으로 폭행하는가 하면, 해군 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해 직위 해제된 사건, 남성 부사관 4명이 상관인 남성 장교 숙소로 침입해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며 “이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군 기강이라면 어느 부모가 자식을 마음 놓고 군대에 보낼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성추행 은폐로 고통 받은 여성 청년 군인의 비참한 죽음에 대해 군이 명운을 걸고 진상을 규명하라”며 "군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조직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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