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소통 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를 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소통 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를 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취임 한 달을 맞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 사태’는 물론이고 ‘박원순·오거돈 성비위’ 문제에 대해서도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부터 1일까지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송영길 대표는 현장에서 들은 민심을 토대로 2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갖고 당의 진로와 쇄신 방향을 발표했다. 송 대표가 이날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힐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사태’를 꼽았고, '민심 경청' 현장에서도 ‘조국 사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와중에 조국 전 장관이 회고록을 출간하면서 ‘조국 사태’가 다시 ‘정치 이슈’로 부상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지도부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 격론까지 벌어졌다. 결국 송 대표는 이날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문제로 드러난 불공정에 대해 사과하는 쪽을 택했다.

송 대표는 “부동산, 백신 등 민생 문제 이외에도 많이 주신 의견이 내로남불과 언행 불일치의 문제였다”고 지적한 뒤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조국 전 장관도 수차례 공개적으로 사과했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할 문제”라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 하듯 스펙 쌓기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며 “민주당은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점을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그러면서도 강성 친문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의 기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 비리와 검찰 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며 “조국 전 장관의 책은 일부 언론이 검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기해 융단폭격을 해온 것에 대한 반론 요지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문제에 대해서도 “오거돈, 박원순 전 시장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이미 간헐적인 사과가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당대표로서 공식적으로 피해자와 가족,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권력형 성비위 사건에 단호히 대처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무책임함으로 인해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도 깊은 상처와 실망을 남긴 점 두고두고 속죄하여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피해자측 의견을 청취해 향후 민주당에서 취해야 할 책임 있는 조치에 대해서도 의논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오거돈 전 시장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시민과 피해자에 대한 솔직한 인정, 반성과 위로가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의 ‘조국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조국 전 장관 문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당내 갈등이 일단락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도부 내에서도 송 대표와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날 송 대표의 대국민 보고대회 이전 tbs 라디오에 출연해 “어떤 식으로든지 (송 대표의) 입장 발표는 있을 것 같긴 하다”며 “이미 조국 전 장관이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사과를 했고, 민주당이 이걸 나서서 사과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이 사건을 자꾸 그렇게 몰아갈 게 아니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대권을 위한 정치적인 야욕을 위해서 자기 상급자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사건이다.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을 그렇게 바라보면서 그 부분을 끊임없이 지적해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용민 최고위원의 이 같은 언급을 근거로 ‘지도부 내 이견이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자 “우리 최고위원들만의 사전 회의를 통해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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