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단체의 대표인  ‘그린피스(Greenpeace)’가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71년 핵실험 반대를 위한 모임으로 시작된 그린피스는 이제 글로벌 환경 문제에 맞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가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이들에 대해 ‘과격한 환경단체’라고 혹평하는 이들도, ‘세계 환경을 위해 필수’라고 호평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인정하는 점은 그린피스가 지구 환경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힘쓰는 단체라는 점이다.

이제 그린피스는 단순한 핵실험 반대를 넘어 해양 오염과 기후 위기, 플라스틱, 멸종위기종 보호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환경문제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세기에 이르는 시간동안 그린피스는 지구 환경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꿨을까.

지난 1971년 미국 알래스카 서부의 화산섬인 암치트카(Amchitka)에서 시행된 미국 정부의 핵실험에 반대해 암치트카 섬으로 향하는 환경운동가들. 이들이 바로 그린피스의 초대 멤버라 볼 수 있다./ 사진=그린피스 홈페이지

◇ 그린피스, 핵실험 반대 단체서 지구 환경 전체 보호로

그린피스의 시작은 지난 1971년 미국 알래스카 서부의 화산섬인 암치트카(Amchitka)에서 미국 정부가 지하 핵실험을 진행하면서다. 당시 핵실험으로 방사능 오염물질 유출 등의 환경 문제를 우려한 세계 각국의 환경운동 활동가들은 캐나다 밴쿠버에 모여 암치트카 섬으로 향했다. 

비록 미 해군의 통제로 암치트카섬에 이 환경운동가들이 도착하진 못했지만 전 세계적 대중들에게 핵실험의 위험성과 지구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사건이었고, 이것이 그린피스 활동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이후 그린피스가 핵실험 반대를 넘어 새로운 환경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첫 번째 활동은 캐나다의 일간지 ‘밴쿠버 선’의 기자 로버트 헌터가 주도한 고래잡이 반대 운동이다. 

1975년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벤쿠버에서 출발한 선박 필리스코맥호를 타고 캘리포니아 연안의 소련 포경선들의 고래잡이 현장을 촬영했다. 이때 촬영된 필름들은 976년 국제포경위원회(IWC) 런던회의에서 포경활동으로 인해 죽어가는 고래의 고통을 전 세계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1971년 핵실험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그린피스는 다양한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불법 고래잡이를 막는 일이다./ 사진=그린피스

◇ 환경 캠페인, 기업들을 움직이다

아울러 그린피스는 환경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열쇠를 쥔 기업들에 대한 변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캠페인을 지속 중이다. 그리고 실제로 큰 효과를 얻은 사례들까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글로벌 석유 시추 기업 쉘(Shell)의 북극 석유 시추를 막은 일이다. 그린피스는 북극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석유시추를 막기 위해, 그린피스는 3년간 강력한 캠페인을 펼쳤고, 마침내 2015년 쉘은 북극 석유 시추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역시 그린피스의 캠페인에 영향을 크게 받은 일이 있다. 바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한 일이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7년부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기업인 삼성전자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재생에너지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 불렸던 지난 2018년 반도체 공정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427만9,000톤이었다. 이는 지난 2016년과 2017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인 258만1,000톤과 298만톤보다 각각 65.8%, 43.6% 가량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반도체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 데이터들과 그린피스의 환경운동 영향에 받은 삼성전자는 2018년 미국, 유럽, 중국에서 제조공장을 포함한 전 사업장의 전력을 2020년까지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린피스의 활동은 실제로 기업과 각국 정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그린피스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2018년 받아들였다. 사진은 2018년 독일 베를린 궁에 설치된 삼성전자 옥외광고판에 대형 현수막을 펼치며 삼성전자에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약속을 촉구하는 그린피스 회원들의 모습./ 사진=그린피스

◇ 디지털 시대를 맞은 그린피스… 미디어아트로 대중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만 그린피스의 이런 활동에 대해서도 비판이 없이 긍정적인 의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들에게 환경 문제를 어필한다곤 하지만 ‘어째서 보호해야 하는가’와 ‘얼마나 지구가 위험한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구 보호를 위해선 기업과 각국 정부를 설득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선 대중들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린피스의 활동이 대중들로부터 예상보다 공감을 크게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환경운동에 관심이 적거나 부정적인 사람들의 시선에 그린피스의 활동은 그저 ‘기업을 방해하는 극성 환경단체’ 정도로 비쳐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린피스의 활동에 대해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째서 보호해야 하는가’와 ‘얼마나 지구가 위험한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그린피스는  미디어아트 전시회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1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진행 중인 그린피스 50주년 미디어아트 특별전./ 사진=박설민 기자

그린피스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전시회를 통해 대중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지난달 5월 28일부터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시작된 그린피스 50주년 미디어아트 특별전 ‘나, 우리 그리고 지구’가 그 중 하나다.

이번 미디어아트는 점차 심해지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대중들에게 알릴 5종의 전시 작품들을 선보인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절반으로 감축하지 못할 경우 벌어질 상황을 체험할 ‘긴급 기후재난 문자’부터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표현한 ‘지구의 아픔’ 등 총 5개 전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션감지센서를 활용한 게임인 ‘생명의 발자국’.  화석 연료, 내연차 등 지구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원을 손으로 직접 지워 지구를 정화시키는 내용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시사위크>에서도 지난 1일 그린피스 미디어아트 특별전을 직접 체험해본 결과, 대중들에게 현재 지구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이를 위해 대중들에게 바라는 그린피스의 제안과 활동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모션감지센서를 활용한 게임인 ‘생명의 발자국’이었다, 손을 화면 가까이 뻗어 화석 연료, 내연차 등 지구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원을 지워 지구 환경을 정화시키는 내용의 게임이다. 특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어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됐다.

사람들이 대형 디스플레이 스크린 앞을 지나갈 때마다 자연 환경에 산불과 비가 내리도록 만든 ‘지구의 아픔’. 그린피스 행사 관계자가 스크린 앞을 지나면 이를 따라 산이 불타올랐다./ 사진=박설민 기자

또한 ‘지구의 아픔’ 코너는 관람객의 움직임을 인식해 대형 디스플레이 스크린 앞을 지나갈 때마다 자연 환경에 산불과 비가 내리도록 만들었다. 그린피스 관계자에 따르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불과 기상이변 등이 인간의 움직임에 따라 발생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숙 그린피스 동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기후 변화는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고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코로나 19 이후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시민들이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상 감축해야 할 필요성을 공감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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