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단상에 오르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이 G7 정상회의 기간 동안 대북정책 공유를 위해 한미일 정상회의를 추진하고 있어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단상에 오르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미국이 오는 11~1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에 한미일 정상의 만남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는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만일 열릴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한미일 정상이 공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 한미일 정상회의 열리면 북한도 주시할 듯

2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주도로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 조율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일 성사될 경우, 한미일 정상회의는 2017년 9월 이후 처음 열리게 된다. 이 자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일 정상에게 새로운 대북정책을 상세히 설명하고, 한미일이 대북정책 조율을 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한미일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만남을 가졌다. 또 지난 5월 G7 외교장관 회의 때도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바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對) 중국 견제와 대북정책의 실현을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이 필수적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한일 관계의 개선 역시 도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한미일 공조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북한으로서는 ‘혈맹’인 중국 밖에 남지 않는다. 실제로 북한은 한미일 공조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난달 23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남조선 언론과 전문가들 속에서 한미일 3자 공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G7 정상회의 기간 동안 한미일 정상이 만난다면 북한은 그 결과를 주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에도, 미일정상회담에도 어떠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서만 개인 명의의 논평만 나왔을 뿐이다. 한미 당국은 개인 명의의 논평이고, 한미정상회담 전체 내용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이를 북한의 공식 입장으로 보지 않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이틀째 계속 진행되었다고 10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농업·수산을 비롯한 경제 분야별 개선 방안을 중요하게 언급했다. /노동신문 캡쳐-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일 기준으로 26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 캡쳐-뉴시스

◇ 김정은 잠행 26일째… 북한 반응 기다리는 한미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일 기준으로 26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도 주목된다. 김 총비서의 공개적인 대외활동은 간접적인 메시지를 담은 경우가 많다. 올해 3월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에는 발사 현장에 가지 않고 민생 현장을 시찰했다. 외교보다는 내치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이 김 총비서의 행보에는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에, 북한도 한미정상회담 및 미 대북정책 발표 이후 그의 공개 활동을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고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북한은 현재 미국의 실용적·외교적 대북정책, 판문점 선언 및 싱가포르 선언 존중 등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북한에게 공을 넘겼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 (해외 주둔) 군 병력의 안보를 강화하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잘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을 요구한다”고 밝히며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즉 한미 당국은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김 총비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북한의 가장 큰 대외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 전까지는 북미 간 ‘기싸움’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김 총비서는 지난해와 올해에는 내치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대외 메시지는 북한 당국이 담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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