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이수혁. /YG엔터테인먼트
영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이수혁. /YG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운이 좋게 모델로서 큰 사랑을 받았지만, 배우로서는 기존 이미지를 깨는 게 숙제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배우로서 더 익숙하게 봐주실까 항상 고민하고 있다.”

이수혁은 2006년 한 패션쇼에서 데뷔한 뒤, 많은 디자이너들의 선택을 받으며 톱모델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그의 꿈은 ‘배우’였다.

2010년 영화 ‘이파네마 소년’을 통해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디딘 이수혁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드라마 ‘고교처세왕’(2013)부터 ‘일리 있는 사랑’(2014~15), ‘운빨로맨스’(2016), ‘본 어게인’(2020) 등과 영화 ‘차형사’(2012), ‘무서운 이야기2’(2013) 등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다.

이수혁은 연기 생활 11년 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기보다는 주로 냉정하고 멋진 이미지의 엘리트 역할을 소화했다. 모델로서, 혹은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탓에 그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8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에서도 돈 많은 재벌 후계자를 연기했다. 하지만 새롭다. 차갑고 냉정한 얼굴 속 은근한 허당미가 느껴지고, 폭발하는 광기에도 귀여운 매력이 숨어있다. 스크린에서 새롭게 발견한 이수혁의 얼굴은 오랜 시간 고민하고 노력해 온 그의 값진 결과물이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파이프라인’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의 팀플레이를 그린 케이퍼무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유하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다. 극 중 이수혁은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을 계획한 대기업 후계자 건우 역을 맡았다.

이수혁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YG엔터테인먼트
이수혁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YG엔터테인먼트

최근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이수혁은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대중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그는 “비중에 상관없이 좋은 작품의 한 부분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다. ‘파이프라인’으로 관객과 만나게 된 소감은.
“영화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 영화에 나오는 게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 이렇게 극장에 개봉할 수 있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과 유하 감독님,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에 메인 캐릭터로서 인사를 드릴 수 있고 인터뷰할 수 있어서 기분 좋고 설레는 마음이다.”
 
-도유 범죄라는 색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소재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나도 시나리오를 통해 도유라는 소재를 처음 접했다. 굉장히 생소했고, 관객도 생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접하고 관련된 영상이나 뉴스를 많이 찾아봤다. 물론 내가 기술적으로 도유를 직접 하는 캐릭터가 아니고 판을 짜는 역할이지만, 그래도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술을 가진 역할로 나오는 배우들은 직접 사용법을 배우고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최대한 리얼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도유라는 게 물론 나쁜 일이긴 하지만, 그걸 소재로 스토리를 만들어낸 영화이기 때문에 잘 표현해내고자 했고, 배우들끼리 자료 조사도 많이 하고 영상도 찾아보며 준비했다. 영화에 잘 표현된 것 같다.”

-유하 감독과 건우 캐릭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감독님이 감사하게도 기존에 내가 모델로서나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차갑고 멋진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다. 이수혁이 영화에 나왔을 때 어떤 얼굴인지 표현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 점이 정말 감사했다. 준비하는 과정도 그렇고 현장에서도 그렇고 감독님과 최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촬영에 임하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감독님이 영화에 대한 완성된 그림을 정확히 구상하고 촬영에 임하는 분이다. 디렉션도 굉장히 명확한 편이시다. 그래서 최대한 감독이 그리고자 하는 건우의 모습이 되고자 노력을 했다.”

영화 ‘파이프라인’에서 악역 건우를 연기한 이수혁.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영화 ‘파이프라인’에서 악역 건우를 연기한 이수혁.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건우 캐릭터에 있어 본인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부분이 있나.
“스타일링이나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 나의 의견이 반영될 때가 많은데, 이번 영화 같은 경우에는 유하 감독님이 워낙 명확하게 그리는 게 있었다. 또 캐릭터가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 배우들 모두 감독님이 그린 그림에 맞춰 가려고 했다. 드라마 같은 경우 작가님들이 워낙 멋진 역할을 주셔서 관리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스타일링도 그렇고 신경을 많이 쓰고 준비하는 편인데, 이번 영화 같은 경우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건우에 대한 심적인 부담감은 있었으나, 멋지게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운동도 전혀 하지 않고, 먹는 것도 막 먹고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몸은 편하게 마음은 무겁게 촬영했다.”

-건우가 기존 악역들과 달랐던 점을 꼽자면.
“누아르 장르 속 멋진 악역보다 건우는 빈틈도 있는 인물이다. 물론 본인의 목적을 위해 다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 악함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약간의 빈틈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악하기만 하기 보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 중간중간 관객이 웃을만한 포인트도 있는 것 같다. 일부러 웃기려고 하는 장면이라기 보다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지점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기존 악역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유하 감독님이 건우가 등장할 때 전동식 이동 수단을 일부러 태웠는데, 그냥 하나의 소품일 수 있으나 또 하나의 차별점을 두려고 한 것 같아서 나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타보려고 노력했다.”

-유하 감독의 바람처럼, 이수혁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인 스스로도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거나 성장했다고 느낀 점이 있을까.
“원래도 현장에서 거울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닌데,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더 거울도 안 봤고 모니터도 자주 하지 않았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표정이나 악함, 제스처를 고민하는 데 더 집중했다. 그런 부분이 확실히 기존 작품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생소할 수 있으나 영화에서의 이수혁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봤을 때 나 조차 못 본 표정을 많이 본 것 같아서, 노력한 만큼 관객들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다양한 모습을 예고한 이수혁. /YG엔터테인먼트
더 다양한 모습을 예고한 이수혁. /YG엔터테인먼트

-작품뿐 아니라 최근 예능을 통해서도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스스로의 매력이 있다면.
“모델 일을 오래 했고, 배우로서는 비현실적인 역할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비슷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 같다. 선택받는 폭을 넓히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어쩔 때는 체중을 늘려보기도 하고 운동을 과하게 해본 적도 있다. 목소리나 발성이 더 편하게 들릴 수 있게 노력하기도 한다. 나름의 노력을 많이 해온 것 같다. 최근에는 예능 출연을 통해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하는데, 다행히 조금 더 편안하게 봐주시고 다양한 역할을 할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어떻게 하면 배우로서 더 익숙하게 봐주실까 항상 고민하고 있다.”

-모델로서 무대에 섰던 경험이 배우로 살아가는데, 또 연기를 해나감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모델과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다르다. 그냥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 외엔 비슷한 지점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모델을 하면서 나의 이름을 알리고 배우로서 기회를 얻었다. 배우라는 꿈을 훨씬 먼저 꿨고 첫 목표이자 최종 목표였는데, 운이 좋게 모델로서 가진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덕분에 좋은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모델로서 사랑을 받았던 만큼 기존 이미지를 깨는 게 숙제인 것 같다. 정말 사랑했던 일이고, 좋은 영향이다 나쁜 영향이다 말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꼭 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 영화라는 매체를 특히 더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밖에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다. 계속 볼 수 있다는 게 특기다. 어렸을 때부터 영상 보는 걸 좋아했다. 내가 언제부터 배우가 하고 싶었는지에 대한 답을 못할 정도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상을 만들고 싶었고, 영상에 나오고 싶었다. 요즘 굉장히 좋은 콘텐츠가 많아서 최대한 많이 보려고 한다. 공부도 많이 되고, 그런 시간이 즐겁기도 하다. 선택을 받는 입장이라, 새로운 계획이나 목표는 없지만 좋은 영화에 참여하고 싶고 어떤 롤이나 비중에 상관없이 좋은 작품의 한 부분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굳이 목표를 꼽자면, 꽤 오래전부터 애용하는 사이트가 있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좋고 큰 역할이면 더 좋고 그 사이트 순위에 있는 영화에 출연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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