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이 구지은 대표이사(사진) 체제를 전격 맞이했다. /아워홈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식품업체인 아워홈의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아워홈 경영에서 밀려났던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이사가 오빠인 구본성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을 계기로 언니들과 힘을 합쳐 오빠를 대표이사 직함에서 해임시킨 것이다. 

◇ 세 자매의 반란 성공… 구본성 부회장, 대표이사직 해임

아워홈은 지난 4일 주주총회를 열고 구 전 대표 측이 제안한 신규이사 선임안,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날 주주제안을 통해 21명의 신규 이사들이 선임됐다. 곧바로 열린 이사회에선 구본성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이 가결됐다. 구지은 전 대표이사는 이날 아워홈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지은 신임 대표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이다. 구자학은 슬하에 1남(구본성 부회장) 3녀(구미현·구명진·구지은)를 자녀로 두고 있다. 구 대표는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외식사업을 주도하며 2015년 2월 부사장 자리까지 올라 한때 ‘후계자’로까지 거론됐다가 오빠인 구본성 부회장이 2016년 회사 경영에 등장한 후, 아워홈 경영에서 밀려났던 인사다. 이후 최근 몇 년간 구 부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에서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했던 구 대표는 최근 구 부회장의 보복 운전 사건을 계기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구 부회장은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하차한 운전자를 치어 특수재물손괴·특수상해 등 혐의로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된 상황이다. 구 대표는 구 부회장의 도덕적 결함과 최근의 실적 부진 등을 문제 삼아, 결국 경영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경영권 탈환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언니들의 지원사격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워홈의 최대주주는 구본성 부회장(지분 38.6%)이지만, 세 여동생들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 중이다. 

우선 첫째 여동생인 구미현 씨가 19.28%, 둘째인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가 19.6%, 막내인 구지은 대표가 20.6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세 자매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59.6%에 달한다. 그간 첫째 여동생인 구미현 씨는 구 부회장과 구 대표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을 때, 오빠 편에 서는 모습을 보여 왔다. 둘째인 구명진 대표가 구지은 대표와 손을 잡았지만, 구미현 씨가 오빠 편에 서면서 구 대표는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지 못해왔다. 그러다 이번에 구미현 씨가 막내 여동생 편으로 돌아서면서, 경영권 전복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구지은, 대표이사로 회사 경영 복귀… 지배구조 안정·실적 개선 과제
 

구지은 대표는 대표이사에 선임된 후, 입장문을 통해 “새로 아워홈을 맡게 됐다”며 “이 선택이 곧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전 직원이 공감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구지은 대표이사 체제가 안정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아워홈의 현재 지분 구조상, 남매 간 경영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진 않았다는 보고 있다. 

구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을 잃었지만, 사내이사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 과반 결의로 가능한 반면, 사내이사 해임에는 3분의 2 이상의 지분 동의가 필요하다. 구 부회장은 지분은 38.56%로 3분의 1을 넘는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구 부회장 당분간 사내이사 직을 지키면서 반격카드를 준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대표 역시 구 부회장의 반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한 방책으로 기업공개를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한 조직 안정화와 실적 개선도 구 대표 체제의 과제로 지목된다. 아워홈 직원들은 갑작스런 대표이사 교체와 이사진 변화로 술렁이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조직 혼란을 안정화시키는 게 구 대표의 우선 과제다. 조직 다잡은 후에는 경영 리더십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아워홈은 식자재 유통 및 단체 급식, 외식사업을 벌이고 있는 식품업체다. 지난해 아워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진다. 아워홈은 작년 상반기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장기화 국면 속에서도 아워홈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숙제를 구 대표를 마주하고 있다.  

구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최근 몇년 동안 아워홈은 과거의 좋은 전통과 철학을 무시하는 경영을 해 왔다”며 “신임 대표로서 아워홈을 빠르게 되살리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연 구지은 대표가 아워홈의 명실상부한 후계 경영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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