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7일 자신의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 방문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던 김 전 위원장이 최근 태도가 돌변해 윤 전 총장을 저격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7일 자신의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 방문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던 김 전 위원장이 최근 태도가 돌변해 윤 전 총장을 저격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전공 분야인 ‘감별사 정치’가 이번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누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동안 ‘감별사 정치’를 펼치며 특정 정치인을 ‘띄우기’도, 반대로 부정적 이미지로 ‘낙인 찍기’도 하며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김 전 위원장은 그동안 유독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고 치켜세우며 ‘러브콜’을 보내왔다. 그는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보려고 한다”면서 “한 번 만나보고 대통령 후보감으로 적절하다 판단되면 그때 가서 도와줄 건지 안 도와줄 건지 판단하겠다”며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김 전 위원장도 조금씩 온도 변화를 보였다. 김 전 위원장은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라며 윤 전 총장 대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더 나아가 윤 전 총장을 저격하는 메시지까지 내놓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일 저녁 서울의 한 호텔 식당에서 안상수 전 국민의힘 의원과 만나 “검찰 조직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 지금의 어려운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가”라며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라고 말해 사실상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 부적합하다고 판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일에도 경북대학교에서 가진 비공개 특강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을 도울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며 “개인적으로 과거 경험으로 미뤄보아 결과가 좋지 못했다. 확신이 서지 않는 건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당권 주자들까지 ‘김심(金心·김종인의 마음)’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 상황이다.

◇ 배경 두고 다양한 해석

나경원 당대표 후보는 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윤석열 배제’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나 후보는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꼭 모셔오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전 총장을 집적 겨냥해 평가절하했다”며 “사실상 윤 전 총장을 야권 대선후보군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 후보는 “이준석 후보는 ‘비단 주머니 3개’ 발언에 이어 ‘윤 전 총장 장모 건이 형사적으로 문제 됐을 때는 덮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하며 마치 윤 전 총장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며 “일각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후보가 ‘위험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나경원 후보의 의혹 제기에 대해 “그런 걸 젊은 사람들은 ‘뇌피셜’이라고 한다. 망상에는 응답할 수 없다”면서 불쾌감을 나타냈다.

주호영 당대표 후보도 페이스북 글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을 겨냥해 “대선 후보군에 대해 가뜩이나 인재풀이 부족한 마당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벌써부터 잣대를 들이대고 낙인 찍는 것은 섣부르다”며 “그 누구도 그런 평가를 독점할 권한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띄우기’에서 돌연 ‘윤석열 저격수’로 돌변한 것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러브콜’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함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최근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정치적 조언을 구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대신 정진석, 권성동, 윤희숙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또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 대해 ‘오락가락’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대선 판을 좌지우지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주인공을 도와준다는 자세가 아니라 본인이 유력 대선주자를 이용해서 수렴청정하겠다는 노욕으로 보인다”며 “본인이 킹을 만들어, 킹처럼 되고 싶다는 권력과 관련한 노욕 그것이 김 전 위원장의 본심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은 끊임없이 이번 대선판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선후보 감별사 역할을 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왜 나를 찾아오지 않느냐’는 섭섭함과 실망감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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