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선호 및 환자 치료 여건 종합… 매월 4가지 근무형태 중 자율 선택
기존 3교대 근무 선택 간호사, 1%대 불과… 유연근무제도 긍정적 기대

삼성서울병원이 간호사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나섰다. /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이 간호사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나섰다. / 삼성서울병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 의료계에서 입원 병동 간호사의 일반적 근무 형태인 3교대 근무가 더 이상 표준이 아닌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간호사의 오랜 고민이자 주요 퇴직 원인으로 지적되던 ‘획일적 3교대 근무제도’를 탈피해 간호사 개인의 선호와 환자 치료 여건 등을 종합, 4가지 근무형태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매월 선택하는 유연근무제를 본격 도입해 시행 중이라고 8일 밝혔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간호사 유연근무제를 시행중인 병동은 86%(전체 56개 병동 중 48개 병동)에 이른다.

유연근무제 본격 시행에 앞서 6개월간 시범 운영한 결과, 기존의 3교대 근무를 선택한 간호사는 1%대에 불과해 유연 근무 제도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측에 따르면 그동안 간호사들의 퇴직 원인 1순위로 늘 3교대 근무가 꼽혔다. 낮(day)·저녁(evening)·야간(night) 3조로 운영되는 교대 근무는 생체리듬이 깨지고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릴 수 있다. 또 정상적인 가정생활이나 육아에 많은 어려움을 발생시키기에 삶의 질 저하 및 직무 부적응을 호소하다가 퇴직으로 이어지는 주요인이 돼왔으며, 이는 현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고자 수년 전부터 야간 전담제도 등을 도입하는 등 개선활동을 벌여온 삼성서울병원은 간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존의 전통적 3교대 근무 이외에 △낮 또는 저녁 고정 근무 △낮과 저녁 혹은 낮과 야간, 저녁과 야간 번갈아 근무 △야간 시간대 전담 △12시간씩 2교대 등 총 4개 유형, 7가지 근무제 도입을 본격 구상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중증 환자 비율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숙련된 간호사의 건강한 일상은 본인의 행복과 함께 환자 안전, 치료 성과 향상과도 직결되기에 근무 형태 개선에 대해 지속 고민했다”고 도입 사유를 설명했다.

/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유연근무제 스케줄표 및 유연근무제 운영 전후 간호사들의 스케줄 선택현황. /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은 새로 구상한 제도 도입에 앞서 2020년 7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개월씩 1차 390명, 2차 900여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직접 근무제도를 선택하도록 시범 운영을 시행했다.

그 결과, 부서별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전통적인 3교대 근무자는 1%대로 줄어들고, 야간이 없는 고정 근무 30%, 야간전담이나 12시간 2교대만 하는 비율이 50%에 달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또한 자율적으로 유연근무제를 선택함에 따라 간호사들의 근무가 안정화돼 생체리듬이 깨지는 고충이 많이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세대별로도 신세대는 자기계발과 휴식을 선호해 ‘12시간 2교대’ 또는 ‘데이·이브닝, 데이·나이트 등과 같은 2Shift(야간포함)’ 근무제를 선호했고, 중간세대는 결혼과 가정, 수면 건강을 고려한 고정근무제(1·2Shift) 선호도가 높았다. 기성세대는 야간근무 없는 고정근무제(1·2Shift)가 높아 육아를 위해 안정적인 주간 근무를 선호하는 등 세대별로도 상황에 따른 근무형태 선호도가 달랐다.

또한 병원 측은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개인별 만족도 효과도 뚜렷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유연근무제에 참여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스스로 근무제를 선택함으로써 오는 자존감 상승과 예측 가능한 일상 유지 등 장점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유연근무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한 간호사는 “3교대를 하면서 늘 시차 적응을 해온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잠을 잘 자니까 일도 열심히 하고 덜 피곤하고 멍한 느낌도 덜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서울병원은 1차 시범 사업 시 드러난 문제점 개선을 위해 인력 공백 시 즉각 지원하는 베테랑 간호사들을 선발해 ‘에이스(ACE) 팀’(Acknowledged Care Expert Team)을 구성해 운영했다. 병원 측은 에이스팀 구성도 유연근무제도 정착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에이스팀은 수많은 경험을 쌓은 고참 간호사 위주로, 현재 병동 9명, 중환자실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에이스팀은 각 병동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 환자 안전과 치료의 질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덕분에 다른 간호사들은 비상 상황 시 지원조직을 믿고 휴가를 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삶의 질 향상도 가능하다는 게 병원 측의 입장이다.

김미순 삼성서울병원 간호부원장은 “유연근무제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근간”이라며 “간호사들이 직접 선호하는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변화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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