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픽사가 새롭게 선보이는 애니메이션 ‘루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픽사가 새롭게 선보이는 애니메이션 ‘루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디즈니‧픽사가 새롭게 선보이는 애니메이션 ‘루카’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변 마을에서 두 친구 ‘루카’와 ‘알베르토’가 바다 괴물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아슬아슬한 모험과 함께 잊지 못할 최고의 여름을 보내는 어드벤처다. 단편 애니메이션 ‘라 루나’로 실력을 인정받은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루카’는 지금까지 디즈니‧픽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과 비주얼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개인의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을 담아내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동화책 같은 색감과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질감은 낭만 가득한 ‘루카’만의 매력을 완성한다.  

여기에 바다 괴물 루카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로 흥미를 자극한다. 이탈리아의 어부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 속 바다 생물 이야기와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유년 시절의 상상에서 탄생한 루카는 인간의 모습과 바다 괴물의 모습을 자유롭게 오가는데, 디테일하면서도 환상적인 그래픽으로 구현돼 독보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이러한 결과 뒤에는 실력파 제작진의 노고가 있었다. ‘루카’는 ‘코코’ ‘인사이드 아웃’ ‘소울’ 등 위트와 웃음 속에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하며 관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던 제작진들이 대거 합류해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다수의 디즈니‧픽사 작품에 참여해 전 세계에 감동을 안긴 한국인 애니메이터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와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가 협업, 힘을 더했다.  

서정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루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서정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루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리고 9일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와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가 화상 인터뷰를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나 ‘루카’ 제작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3D 공간에 빛을 넣어 시간과 장소, 분위기를 연출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세트를 영상에 구현하는 역할을 했다. 

-마스터 라이터와 레이아웃 아티스트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인가. 
조성연 “조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D 공간에서는 해가 없기 때문에 해와 별, 하늘 이런 것까지 다 만든다. 그림을 그렸을 때 맨 마지막에 색칠하는 부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맨 마지막에 색칠로 모든 걸 완성한다. 색깔을 담당하다 보니 예쁘게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오는 성취감이 있다.”

김성영 “실사영화로 따지면 카메라 연출부다. 쉽게 말하면 내가 오프닝 시퀀스 전체 담당했는데, 몬스터들이 수면에 나왔다 들어가고 낚싯배 옆에서 손만 보이는 장면을 연출할 때 얼마나 가깝게 찍을 것인지, 카메라 포지션이나 움직임을 결정한다. 실사와는 다르게 한 시퀀스를 맡으면 그 사람이 전체적인 카메라 연출을 디자인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단편을 만들 듯 재밌게 작업할 수 있다.” 

-‘루카’는 기존 디즈니‧픽사 작품과 다른 서정적인 매력이 있었다. 차별화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했고, 어떤 지점을 강조하고 싶었나. 
김성영 “서정적으로 그리려고 의도한 부분이 많다. 기본적으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루카’는 기존 디즈니‧픽사에서 다뤘던 삶과 죽음, 인생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아기자기한 마을에서 조금 더 소소한 주제를 예쁘게 담아내고 싶은 감독의 의도가 강했고,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다.”

‘루카’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루카’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해변 도시를 배경으로, 여름날의 풍광과 동화적인 색채가 눈길을 끌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과 톤을 어떻게 담아내고자 했나. 
조성연 “청량한 여름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수채화 같은 느낌을 많이 냈다. 특히 상상하는 장면 같은 경우 수채화의 붓 터치나 종이의 질감까지 표현하고자 했다. 채도도 다른 영화에 비해 밝고 깨끗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마을의 독특함을 표현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마을에 골목마다 빨래를 널어놓은데, 그런 부분을 공간 연출할 때 장식으로 사용했다.”

-루카가 상상의 공간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데, 각 세계 속에서 카메라 움직임은 어떻게 가져가고자 했나.
김성영 “실제 세계는 정말 실제처럼 찍었고, 상상 속으로 가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상상 세계예서는 하나의 샷도 조금 더 길게 연결되도록 롱 테이크를 더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에 차이를 두면서 촬영했다.”

-물속 세계와 현실 공간을 표현하는데 차별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조성연 “물속 세계는 루카가 태어난 곳이고 편안함을 느끼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근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다. 인간들이 사는 마을은 정신없고, 두 소년에게 겁나는 곳이지만 재밌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반짝반짝하고 화려하게 높은 채도로 연출했다.” 

김성영 “오프닝 시퀀스 빼고는 물속이라고 해도 많이 다르게 연출하지 않았다. 대부분 루카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따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발랄한 분위기가 유지됐다. 대신 물 밖에 나갔다가 다시 물속에 들어온다든지, 점프하는 장면은 여러 부서가 신경을 많이 써야했다. 각 부서와 긴밀하게 상의하면서 찍었다.”

바다 괴물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인 ‘루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바다 괴물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인 ‘루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바다 괴물의 비늘이나 색감 등 캐릭터 표현에 있어 신경 쓴 부분은.
조성연 “변신 장면이 중요했고 어려웠다. 물을 맞으면서 변신을 해야 하는데, 물이 어색하게 튀면 안 되고 고려해야 할 게 많았다. 고치고 또 고치면서 정성을 들였다. 또 아이들이 몬스터로 변하면 눈도 변하는데, 무섭지 않아 보이면서도 몬스터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 비늘이나 젖은 느낌의 질감도 자연스럽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을 했다.” 

-많은 감독들과 작업을 해왔는데,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어떤 스타일의 감독이었나.
조성연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그림을 되게 잘 그린다. 수채화를 특히 잘 그린다. 수채화에 관련된 이야기책도 냈다. ‘루카’도 그림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채도도 수채화처럼 물이 번지는 느낌과 질감을 그대로 차용했다.”

김성영 “감독마다 촬영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다. 배경을 찍더라도 평면적인 벽처럼 선이 딱 떨어지게 잡길 원하는 감독이 있고, 캐릭터 뒤에 코너를 둬서 조금 더 깊이감이 생기도록 하는 감독도 있다. 그런데 엔리코 카사리사 감독은 배경보다는 캐릭터가 어떻게 하면 더 사랑스럽게 보일 것인가에 더 많이 집중했다. 예를 들어 캐릭터 클로즈업 같은 경우, 최고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렌즈 값을 정해서 진행했다.”

‘루카’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루카’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픽사는 어떤 직장인가. 외국인이라 느끼는 다른 부분도 있을까. 
김성영 “꿈의 직장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도 직원들에게 기회의 문을 공평하게 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보여서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또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도 매년 새로운 것을 찍고 공부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매 작품 새롭다는 것도 매력인 것 같다. 물론 완벽하지 않은 것도 있고 구설수도 있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 숨기지 않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서 직원으로서 만족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상태다.” 

조성연 “다문화를 존중하는 분위기이고, 실제 여러 문화를 소개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미국 사람뿐 아니라 여러 민족이 함께 일을 하고 있어서 내가 한국인이라서 느끼는 불편함은 없다. 결과물 역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기 때문에 만족감도 높다. 직원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최근 한국 애니메이션들도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데, 한국 애니메이션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김성영 “미국에 오기 전에 5년 정도 한국 애니메이션 게임 업계에서 일을 했다. 그때보다는 많이 발전했지만 아쉬운 점은 연속해서 극장판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스튜디오가 없다는 것이다. 노하우가 쌓이거나 물려주는 게 아니라 단발성으로 만들기 때문에 전문가도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많은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이 TV 시리즈를 길게 만든 듯한 느낌이다.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스튜디오가 나온다면 한국 애니메이션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조성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독립영화는 꾸준하게 성과를 내고 있다. 나 역시 독립영화 팬이고, 너무 사랑한다. 그러나 그분들이 더 상업영화로 진출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그들의 재능이 더 많은 분들에게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객들에게 ‘루카’만의 매력 포인트를 꼽아준다면. 
조성연 “어린 시절 순수했던 마음을 회상하고 싶다면, ‘루카’를 보면 좋을 것 같다. 뭔가 도전하고 싶은데 두려움이 많은 이들과 함께 본다면 우정도 쌓이고 용기를 얻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성영 “여행 가기 힘든 시기라서 큰 스크린에서 볼만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경치를 서정적인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찍었다. 큰 스크린에서 감상하면 감동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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