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카시트·유모차 업체 다이치가 유모차 제품에서 납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리콜명령을 받았다. /다이치 홈페이지
토종 카시트·유모차 업체 다이치가 유모차 제품에서 납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리콜명령을 받았다. /다이치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일본어 사명과 달리 토종 카시트·유모차 업체인 다이치가 ‘납 초과 검출’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안전 및 품질 문제에 민감하고 신뢰 및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유아용품 특성상 중대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유모차 안전바에서 납 ‘기준치 9.8배’ 초과 검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31일, 중점관리품목 688개 제품에 대해 안전성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66개 제품을 적발해 리콜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여기엔 다이치의 ‘루이 절충형 유모차 앨리’ 제품도 이름을 올렸다. 국가기술표준원은 해당 제품에서 기준치를 9.8배 초과하는 납이 검출됐다고 적발 및 리콜명령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른 리콜 공표문을 살펴보면, 납이 검출된 것은 유모차 안전바다. 아이들이 자주 만질 뿐 아니라 입을 대는 경우도 적지 않은 부품이다. 리골 공표문은 “납에 노출될 경우 피부염·각막염·중추신경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위해정보를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제품 및 다이치 제품을 이용해온 소비자들은 분개했다. 어린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거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이치 측은 국가기술표준원의 리콜 명령 발표 이후에도 입장이나 계획을 즉각 밝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분노와 우려는 더욱 가중됐다. 이들은 온라인 오픈채팅 및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며 다이치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소송제기 및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다이치는 국가기술표준원의 발표로부터 일주일을 넘긴 지난 8일에서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리콜계획을 발표했다. 다이치는 “그동안 다이치를 믿고 사랑해주신 고객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실시한 안전성조사 결과 2019년 생산된 앨리 절충형 유모차 제품 안전가드 원단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성분이 검출돼 위해 요소를 제거하라는 리콜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가드 외 모든 부분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문제의 제품은 2019년 중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생산과정에서 본사와 결정한 원료가 아닌 다른 원료가 사용된 제품이 일부 생산된 점이 뒤늦게 확인됐다. 다만, 이 부분도 저희의 불찰”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이치는 “이번에 2020년과 2021년에 생산된 제품을 샘플링해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문제가 발생한 것은 2019년 수입한 일부 제품이지만,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2019~2021년에 생산된 제품들의 안전 인증번호가 하나의 동일한 번호라는 이유로 모두 리콜명령을 내렸다. 이에 당사는 2019년에 생산된 제품은 물론 품질 문제가 확인된 적 없는 2020년, 2021년 생산 제품에 대해서도 고객분들의 우려를 고려해 안전가드 교체 리콜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판매중인 모든 제품의 검사 결과를 공개하고 품질 검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다이치는 “사과문이 늦어져 죄송하다. 불량 원인 파악과 사실 확인 및 리콜 제품 안전가드 생산에 따른 작업 확인이 지체돼 입장문 발표가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지홍 다이치 대표는 별도의 추가 사과문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납성분이 초과된 안전가드를 만지며 사용했다는 점에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또한 부모님들께서 겪으실 불안과 분노, 그리고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얼마나 크실지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저희 다이치에서도 이번 일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제 아이도 사용한 제품이라 회사 경영자로서 뿐 아니라 아이의 엄마로서도 놀란 마음이 크다. 전적으로 저희의 책임이며 모든 불편과 실망에 거듭 사과 말씀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다이치 측이 사과 및 리콜계획을 발표했지만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이치 소비자들이 모인 오픈채팅에서는 리콜 방식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물론 “다이치 제품을 두 번 다시 쓰고 싶지 않다” “다이치 제품 진열돼있는 것만 봐도 화가 치민다” “이제 뭘 사려고하면 의심병이 생겨서 스트레스 받는다” 등 싸늘한 반응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카시트·유모차 시장에서 토종브랜드라는 점을 앞세워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왔던 다이치는 중대한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된 모습이다. 특히 다이치는 ‘안전에 대한 걱정이 제로가 될 때까지 우리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다이치 만의 프리미엄 기술력과 안전성’을 의미하는 ‘제로케어’를 내세워왔기에 브랜드 이미지 및 신뢰도 훼손이 더욱 뼈아프다.

이와 관련, <시사위크>는 질병 등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 경우 보상 방안 및 납중독 검사 여부 등에 대해 문의하고자 했으나 다이치 측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한편, 다이치는 창업주 이완수 회장이 2001년 설립한 자동차 부품회사 제일산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후 카시트 사업에 뛰어들고 2005년 사명을 ‘제일’의 일본어인 다이치로 변경했다. 이는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현재는 이완수 회장의 막내 딸인 이지홍 대표가 2011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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